대형마트와 SSM 규제 못해, EU는 백화점 규제 수단은 확보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지난 6일 정식 서명된 한·EU FTA 협정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한·EU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영세 상인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한국과 EU 모두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시장접근제한조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EU는 그래도 자국의 영세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수단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
EU는 경제적 수요 심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백화점 진출이라도 규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SSM 규제에 반대해 왔던 우리 정부는 그런 수단마저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회원국, 우리나라 백화점 진출 막을 수 있어
한·EU FTA 협정문을 살펴보면 이번 한·EU FTA 협상에서 EU는 자국의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EU FTA 협정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백화점이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몰타, 포르투칼에 진출하려면 경제적 수요 심사를 받아야 한다.
주요 심사기준은 기존 매장의 수와 이에 대한 영향, 새로운 고용창출 등이다. 즉 해당 EU회원국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백화점의 진출로 인해 자국 상인들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되면 우리나라 백화점 진출을 막을 수 있는 근거조항이 마련된 것이다.
더구나 스웨덴은 우리나라 업체가 자국에 진출해 의류나 신발 등을 일시적으로 판매하려 할 때도 경제적 수요 심사를 할 수 있다. 주요 심사기준은 해당 지역에 있는 기존 매장에 대한 영향이다.
◆우리나라, EU 유통업체 진출 규제 불가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EU 회원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진출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한·EU FTA 협정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EU 회원국 백화점 등의 국내 진출에 대해 경제적 수요 심사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수요 심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EU 회원국 업체들이 국내에서 중고자동차 도·소매업, 가스연료 관련 도·소매업을 할 때이다.
하지만 자동차 등은 국내 재벌기업들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품목인 점에서 볼 때 이 조항은 국내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역할은 거의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불평등 협정 아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EU FTA는 결코 불평등 협정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한·EU FTA에 대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한국과 EU 모두 시장접근제한조치를 할 수 없다”며 “다만 정당하고 합리적인 규제는 가능하다”며 정부가 부실하게 한·EU FTA 협상을 하지 않았고 한·EU FTA는 결코 불평등 협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 관계자는 “다만 백화점에 대해서만 해당 EU 회원국들은 우리나라 백화점의 진출에 대해 경제적 수요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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