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진료를 받은 A씨는 결혼한지 5년 정도가 되었지만 아직 아기소식이 없어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한 상태였다. 결혼 후 2년동안 맞벌이를 하는 동안에는 임신 계획이 없어 피임을 했지만 임신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올해 초까지 3년 정도 되는 시간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큰집 장손인 남편에 자식이 귀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손주를 기다리는 시부모님의 성화도 여간이 아니었는지 약간 우울증 초기 증상까지 나타난 상태였다. 남편분과 함께 검사를 받았지만 양측 모두 전혀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와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기다려 볼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얼마전 다시 병원을 찾은 A씨는 임신 4주라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 가구당 자녀수가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의외로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인 부부를 상당수 만나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임을 하지 않은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해도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불임이라 한다. 불임의 원인은 다양한 편이지만 크게 남성측의 문제35%, 배란장애 25%, 난관 및 골반요인 25%, 원인불명이 10% 정도의 비율로 나타난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한 후 1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불임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는데, 의외로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 받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본인 스스로 자책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임신을 방해하는 더 큰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아기가 생기지 않을 때에는 그저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생활, 규칙적인 생활 관리를 통해 건강을 챙기면서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밝게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약이라 할 수 있다. 부모자식의 인연은 8천번의 생을 반복해야만 닿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하고 소중한 인연을 맺는 일이니 조금더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한다.
- 수원 강남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성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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