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이 아시아 지역의 만화영화 제작자가 '지하감옥'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에 시달리고 있는 듯이 묘사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타임은 서울발 기사에서 지난 1989년 첫 방영 때부터 '심슨 가족'의 동영상 장면을 제작해 온 '에이콤' 대표 넬슨 신(신능균)이 "비판을 하려거든 우선 실상을 알고나 하라"며 분개했다고 전했다.
문제 장면의 원작자는 기득권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인 낙서예술가 '뱅크시'였다.
필명이 알려져 있을 뿐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뱅크시는 아시아 만화영화 제작자들이 지하감옥 같은 시설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양 묘사했다.
이들이 일하는 스튜디오에는 인골이 쌓여 있고 쥐들이 뼈무더기 위로 기어다니며 조그만 고양이들이 심슨 인형으로 변형돼 나오는 장면도 있다. 또 일각수 뿔을 이용해 DVD판 구멍을 뚫는 장면도 나온다.
이 장면들은 '심슨 가족'을 즐겨 보는 이들이 '카우치 개그'라고 부르는 첫 도입부에 나온다. '카우치 개그'는 심슨 가족들이 카우치, 즉 긴 소파에 앉아 조크를 주고 받는 데서 비롯됐다.
서울 서부지역에 위치한 활기찬 분위기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넬슨 신은 '실망했다'고 말했다. 실제상황과 동떨어진 이 같은 풍자는 아시아 지역 만화영화 제작자들이 평균 이하의 저임을 받으면서 노예처럼 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와 직원들은 서울 중심가 스튜디오에서 최신 기술을 활용해 매주 '심슨 가족' 동영상 장면을 제작하고 있다.
넬슨 신은 "(문제 장면의) 내용 대부분이 한국, 중국, 멕시코, 베트남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이라며 정확히 실상을 알고 나서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넬슨 신은 1939년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나 1960년대에 만화영화 업계에 뛰어들었다. 35세 되던 해 미국으로 건너가 '핑크 팬더' '타이니 툰' 등을 제작했다.
1985년 한국에 '에이콤'을 설립,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심슨 가족', '엑스 맨' 등도 제작했고 지난 2005년에는 남북 합작 만화영화 '왕후 심청'을 남북에서 동시에 개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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