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던 '라응찬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배구조 구축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사태 수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차기 경영진 선임도 자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 경영진에 대한 검찰 및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관치'가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3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라응찬 회장의 사퇴를 의결했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라 회장이 고객과 주주, 임직원에게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며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비상체제를 유지하면서 리더십 공백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라 회장의 등기이사직은 내년 주총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류시열 사내이사(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류 회장은 이날 첫 출근했으며 오전 9시부터 각 부서별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 후에는 부장 이상 전 임원들과 함께 오찬을 하며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류 회장은 다음 달 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류 회장은 이사회 직후 "조직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정착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이사회 구성원들과 숙의해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이라고 직무대행 선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라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현 경영진 3인방을 제외한 이사 9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특위)를 발족하기로 결정했다.
특위는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관리 방안 및 차기 경영진 선정을 위한 프로세스 관리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기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다.
이처럼 신한금융이 자율적인 사태 수습 방침을 천명했지만,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관치'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라 회장 다음 달 초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징계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미 사퇴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력은 없지만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 사장도 다음 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감원의 징계도 내려질 수 있다.
금감원은 이 행장이 라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하고 관련 서류를 파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특히 다음 달 신한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 3인방이 동반 퇴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외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차기 경영진 선임 과정이 관치로 물들 수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신한금융이 스스로 난국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 등이 벼르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지 외풍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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