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결국 공화당이 압승을 거뒀다.
하원 및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의 우세가 뚜렷했고 민주당은 상원에서 겨우 다수당 자리를 지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미국인들의 민심이 집권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방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지난 1938년 이후 72년만에 '최악의 참패'를 기록하며 노선 전환이 불가피해 졌다.
◆민주당 패인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에 크게 밀리게 된 것은 주요 텃밭인 젊은층과 흑인들의 낮은 투표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BS방송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투표자 가운데 18∼29세 유권자와 흑인의 비율은 각각 10%에 불과했다. 9.6%에 달하는 실업률과 경제 회복세 둔화에 따른 민심이반이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젊은층과 흑인들이 투표에 나서지 않은 것은 '역사의 반복'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승리한 경우는 1934년과 2002년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미국인들은 특정 당의 압승을 원치 않는 데다 집권당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티파티의 '티타임'
작은 정부, 세금감면 등을 주장하는 보수파들의 단체인 '티파티'는 지난 예비선거에 이어 본선에서도 공화당 후보를 대거 당선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티파티는 플로리다ㆍ켄터키ㆍ유타ㆍ위스콘신주 등지에서 상원의원을 배출하는 한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주지사를 당선시켰다.
하원에서도 버지니아주의 모건 그리피스 후보를 비롯해 인디애나ㆍ플로리다ㆍ텍사스ㆍ뉴햄프셔주 등지에서 티파티의 지지를 얻은 공화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극우주의자로 분류되고 있는 켄터키주의 랜드 폴 후보의 경우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에도 불구하고 티파티 세력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며 상원의석을 차지했다.
◆오바마 궤도 수정하나?
공화당의 중간선거 압승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국정 방향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의 참패로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해온 '큰 과제를 위한 창문'이 닫히게 됐다며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새로운 힘의 균형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보좌관이자 정치리서치기관 써드웨이의 매트 베넷은 "탄소총량거래제(cap and trade)와 같은 큰 문제부터 작은 이슈인 군대 내 동성애 문제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행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기가 앞으로 더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 관련 이슈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예산안 승인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되찾게 됨에 따라 과감한 재정지출 삭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이너의 등장과 펠로시의 퇴장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차기 연방 하원의장에 내정된 존 베이너 의원은 이날 밤 승리를 선언하면서 "오늘 밤 미국 국민들은 오해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를 그(오바마)에게 보냈다"며 "그 메시지는 바로 '행로를 바꾸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들의 의지를 존중하고 행로를 바꿀 것이며 사람들이 요구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베이너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개혁입법 성과로 자부하는 건강보험개혁법의 철폐와 금융규제법의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이번 선거의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에 앞으로 백악관과의 첨예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하원의장에 오른 낸시 팰로시 의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자신의 주도하에 처리한 의료개혁법 통과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선거 패배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
이정은 기자 nvces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