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합의점 도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나머지 국가들의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김윤경 G20 준비위원회 대변인은 "전날 차관회의에서 환율·경상수지·무역·투자·재정정책·금융 및 구조개혁 등 회원국의 경제운용방향을 논의하는 프레임워크 회의가 처음 열렸는데, 환율·경상수지에 대해서는 회원국 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격론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자국의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하는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다"며 "일부에서는 언성이 높아지고, 회의장 문을 열고 할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환율 문제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가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가시화 된 것. 사실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에 대한 각국의 갈등 구도는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예견됐다.
개별 국가의 경상수지 규모를 제한하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 논리에 위배되는 데다 내정간섭 논란까지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국가들은 일자리 문제나 산업개발 등 국내 정치적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구나 이달 초 미국이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QE2)에 나서며 다시 환율전쟁에 불을 붙힌 것이 이 같은 비판을 더욱 키웠다.
왕쥔(王軍)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지난 6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양적 완화가 이미 신흥시장에 유동성 증가 우려를 높였다"며 "주요 경제국들이 과다하게 통화를 발행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엔히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도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조치가 브라질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브라질은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왜곡을 피하기 위한 합의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을 비난한 뒤 통화당국의 도움에 힘입어 달러화 환율을 낮춘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결정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미국 금융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환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근시안적 대안이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또 과거 G1+6 체제에서 G2+18 체제로 글로벌 역학구도가 변한 상황서 미국의 일방향적인 대안 제시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때문에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미국 측 중재안대로 경상수지 조기 경보 체제를 마련하고 합의 시한(타임테이블)을 정하는 등의 낮은 수준의 합의만 도출될 전망이다.
IMF는 이미 경상수지와 관련해 △신흥 흑자국 △신흥 적자국 △선진 흑자국 △선진 적자국 △대규모 원유 생산국으로 그룹을 나눴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 분석을 통해 내년 상반기 G20 재무장관회의에 보고한 뒤 11월 파리 정상회의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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