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는 태평호 선장 김길수(51)씨는 24일 "1차 공격 때 숙소에서 나와 대피소로 피했다. 매캐한 연기가 들어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우리 해군이 정오께 어민들에게 사격훈련으로 조업중지 요청을 하자 1시께 연평도로 돌아와 선원들과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방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쾅'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윽고 들리는 포탄 소리에 유리창이 깨져나갔다.
정신없이 대강 옷만 주워입고 선원들과 밖으로 나온 김씨는 주민들과 함께 인근 대피소로 피했다.
김씨는 "1차 포격 때 어선통제소 바로 옆과 구멍가게인 대성상회에 포탄이 떨어졌다. 일단 밖으로 나왔지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주민들을 따라 대피소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진 2차 포격에는 군 주요시설은 물론 민간인 지역인 면사무소 뒤편과 김씨가 머물던 선원숙소 근처, 연평마트 앞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쉬익'하며 포탄이 지나가는 소리가 이어졌고 김씨는 2차 포격이 끝나자 선원들과 당섬 선착장으로 피해 상황을 지켜보다가 배를 타고 인천 연안부두로 탈출했다.
김씨가 휴대전화로 배 위에서 찍은 동영상 화면 속의 연평도는 연기 속에 묻혀 산 꼭대기만 조금 드러난 정도였다.
김씨는 "정신없이 나와 선원 몇명은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했다. 어제 모텔에서 잠을 설치고 오늘 아침 시내로 옷을 사러 나갔다"고 말했다.
무진호 선주 김성식(49)씨도 23일 오후 5시께 선원 4명과 민간인 15명을 태우고 인천으로 나왔다.
그는 전날 잡은 2천만원 어치 어획물을 여객선을 이용해 인천으로 보내기 위해 선착장에 나와있다 포격 소리를 처음 들었다.
선착장과 마을은 거리가 1km 정도 떨어져 있다.
먼저 5발 정도가 떨어져 쾅 소리가 나며 연기가 치솟았고, 6발째부터 군 부대가 있는 전방이 아닌 민가가 있는 후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전쟁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선착장에서 50여m 전방에 어획물 상자가 놓여 있는데도 배에 싣지 못하고 그대로 나왔다.
김씨는 "어선 1척이 대부분 5억 이상 하는데 자금 마련하려고 시골에서 논밭 팔아 4년 전 연평도 들어왔다"며 "천안함 사태가 지난지도 얼마 안됐는데 또 이런 일이 터져 답답할 뿐"이라고 한숨을 지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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