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거세게 항의할 것이냐, 아니면 중국 근해에서 미국이 우월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볼 것이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고민의 핵심은 미국의 초대형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의 참가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우위를 상징하는 이 항공모함이 중국의 앞바다까지 밀고 들어오는데 대해 중국은 극도로 민감하다.
천안함 사태 당시 한국과 미국이 조지 워싱턴호를 참가시킨 가운데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려 했을 때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고 그 결과 지난 9월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은 조지 워싱턴호 없이 치러졌다. 당시만 해도 중국 군부는 미국이 G2로 부상한 중국에 적절한 `경외심'을 표현한 것으로 여기며 정치적 승리로 간주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한미 양국은 한국의 영토가 공격당하고, 민간인까지 사망한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서해 훈련을 반드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반발은 앞서 천안함 사태 때에 비해 확연히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중국은 훈련 개시 이틀 전인 26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훈련하려면 중국의 사전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하는데 그쳤다. 또 '진정'과 '자제'를 요구하긴 했지만 서해 훈련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비교적 자제했다.
한미 서해훈련에 대한 중국의 절제된 태도는 결국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한 연평도 사태의 심각성과 함께 내년 1월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분위기를 깨면 안된다는 측면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측이 후 주석 방미때 중국 지도자에게 흔히 베풀지 않았던 국빈 만찬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게 중국의 속내라는 얘기다. 또한 앞으로 미중간에 고위급 군사대화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중국 측의 고려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서해 훈련의 전개 양상에 따라 자국 국민과 군부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중국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 상하이(上海) 소재 푸단(復但)대 한국학연구센터 팡시우위(方秀玉) 교수는 "미국이 (항공모함 전개를 통해) 중국 정부의 권위에 상처를 입히거나 중국 영해를 침범할 경우 중국 인민들이 분노할 것이며, 그것은 정부에 대응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자제력을 발휘, 선을 넘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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