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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앞둔 연평주민들 "재도발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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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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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을 하루 앞둔 27일 연평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재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연평도 거리에서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가끔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모두 군인이 타고 있거나 대피소로 구호물품을 나르는 면사무소 직원들이었다.

한때 아이들이 뛰놀았을 마을 골목길에는 차가운 냉기만 흘렀고, 북한군의 포격으로 깨진 기왓장이나 벽돌담이 거센 바람에 무너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여태 섬을 떠나지 않은 39명의 주민 대부분은 당장 대피소로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바깥출입이 두려운 듯 선뜻 집을 나서지 않았다.

잔류 주민 가운데 최고령자인 신유택(71) 할아버지는 "북한의 재도발이 걱정이다"며 "만약 포 쏘면 아내와 함께 방공호에 들어가야겠다"고 했다.

반면 멸치잡이 어업을 하는 박철훈(56)씨는 "왜 대피소에 들어가야 하냐"며 "저렇게 큰 항공모함이 와 있는데 북한이 감히 도발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박씨는 그보다 생업 수단인 그물이 걱정이라고 했다.

 연평도 앞바다에 1500만원짜리 안강망을 50틀이나 쳐 놨는데 빨리 건지지 않으면 조류에 떠내려가 되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안강망은 조류가 빠른 곳에 고정해 둔 뒤 조류를 따라 움직이는 물고기가 밀려 들어가게 하는 그물이다.

박씨는 "꽃게 잡는 그물틀이야 나중에 건지면 되지만 안강망은 이틀만 지나도 물고기가 꽉 들어차 쓸려가 버린다"며 생업 수단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평생 연평도에서 살았다는 한 50대 주민은 "일단 (포탄이) 떨어지면 손발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빠져 도망도 못 갈 것 같다"고 두려워했다.

그는 "지난번 피격 때는 하늘을 못 쳐다보고 다들 숙이고 다녔다. (훈련이 시작되는) 내일부터는 아침부터 무조건 대피소에 들어앉아 있어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재도발에 대한 우려는 이미 인천으로 피난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고조되고 있었다.

평생 연평도에 살았다는 김복임(65.여)씨는 군무원인 아들을 혼자 두고 섬을 빠져나왔다.

김씨는 "손주만 데리고 나왔는데 아들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집에 있는 돼지와 개, 닭, 오리들도 죽지 않았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그는 "작년 옹진군에서 1억원을 융자받아 민박도 열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또 북한이 그런 짓을 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노모(60)씨도 "내일 한미연합훈련이 있다니 불안하다. 만약 또 포격이 있다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고, 안선복(49.여)씨는 "지난번 일이 터졌을 때 나는 인천에 있었지만 너무 무서웠다. 앞으로 1년은 섬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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