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정면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 각 당은 7일 한나라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 예산특별위원장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의 예산안 심사기한을 이날 밤 11시로 지정해놓은 가운데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략을 점검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정기국회 회기(12월9일) 내 내년 예산을 확정지어야 한다”며 공공연히 ‘단독 처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데 반발, 다른 야당들과 함께 12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계수조정소위의 예산심사가 절반도 끝나지 않았다”면서 “국민의 혈세를 대충 심사할 수 없다. 국민은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예산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조속한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한국수자원공사의 4대강 관련 예산 3조8000억원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협조를 주문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도 “한나라당이 예산심사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채 전체 예산을 9일까지 통과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건 야당과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다”면서 “민주당은 말로만 하지 않겠다. 필요하다면 국민과 함께 매를 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갑원 등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별도의 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여야 합의 정신에 입각해 새벽까지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4대강 대운하’ 예산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려 한다”고 예산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잇단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회기 중 예산안 처리’ 방침을 거듭 밝히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날 예산안 통과시까지 소속 의원 전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린 가운데 비공개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를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전했으며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회기 내 예산안 처리 방침에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9일 국회를 열어 예산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야당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응한 뒤 다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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