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지역 재정위기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태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시기는 내년으로 미뤄졌으며,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인상 논의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 기준금리 동결 “예상된 결정”
이달 통화정책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물가’와 ‘대외변수’였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에서 이 두 변수를 두고 올 3분기부터 고민해왔다.
한은은 지난 7월와 11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물가상승을 가장 주된 이유로 꼽았다. 8~10월 3개월 동안은 글로벌 환율전쟁과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불안에 따른 대외불확실성 확대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달에도 이 두 이슈가 혼재했지만, 물가 상승압력은 상대적으로 축소된 반면 대외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연말 자금수요 △중국의 긴축 조짐 등이 더해졌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와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 불안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잠재해 있고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주가와 환율이 큰 변동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반면 3분기 들어 급등하던 물가는 진정되는 추세다.
10월 4.1%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들어 3.3%로 낮아졌다. 11월 근원소비자물가도 1.8% 오르며 10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요압력이 커지고 국제 원자제가격 및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어 3%대의 오름세는 지속되겠지만 상승압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 2010년 0.50%포인트 상승… 내년에는?
한은은 올 한해 12번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2번의 인상 결정을 내렸다. 인상폭은 0.50%포인트.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2.50%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다.
하지만 그동안 한은의 금리정책 관행이나 대외 불확실성, 환율 수준 등을 감안하면 내년 2월 이후에나 추가 인상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인상폭은 내년 경제의 불확실성과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 장기화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전통적으로 12월이나 1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은 만큼 내년 2~3월에나 인상 시기가 잡힐 것”이라며 “다만 현재 경기상황을 봤을 때 세계경제가 살아나도 최대 1%포인트 이상은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종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내년 최초 인상 시기를 2월 이후로 점쳤으며,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상폭을 3번에 걸쳐 0.75~1.00%포인트 수준으로 관측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2%포인트 가량 낮은 4%대로 예상되는 만큼 민간부문의 유수효과(pump effect)를 끌어내기 위해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소비자들의 임금이 정체돼 있고 장단 시장금리차가 분절돼 있는 등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며 “미국과 유럽 위기의 현실화 가능성이 내년에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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