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매매시장이 침체돼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가격도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2010년에는 이러한 현상이 빚나간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신규 입주물량이 적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전셋값은 떨어질 줄 몰랐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수도권 입주물량은 17만여가구로 2004년 19만2000여가구 이후 6년만의 최대였다. 입주물량이 많으면 전세 갈아타기가 쉬워져 보통 전셋값이 내리지만 올해는 이러한 공식이 깨진 셈이다.
올해 나타난 부동산 이상현상은 이뿐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저금리기조 아래에서는 부동산이 활성화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주택대출 금리는 4~5%대로 안정적이었던 반면 부동산 시장 침체는 계속됐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이상현상이라면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회복세가 빨랐다는 점이다. 보통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 서울 등 수도권부터 온도가 데워지지만 올해는 달랐다.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 속에서도 수도권 부동산이 지방보다 침체됐다는 것은 예전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이 같은 부동산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과 수요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전 세계가 자연의 이상기온 현상에 대처방법을 몰라 쩔쩔매고 있는데, 부동산도 어디로 튈지 몰라 무슨대책을 내놔도 불안하기만 하다”며 시장을 전망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 비일반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은 자연과 다른 점이 있다. 부동산은 인간의 손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과 달리 결국 사람이 움직여 어떤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사실 2010년 부동산 시장 이상기온으로 받아들여진 현상들은 인간이 그동안 벌여놓은 여러 원인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분양가상한제, 보금자리주택 등의 정책으로 저렴한 주택이 더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매시장은 침체되고 전셋값은 오른 것이다. 지방은 오랜기간 신규공급물량이 없었던 탓에 분양시장 중심으로 부동산이 되살아났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이상현상은 꺾이고 본래의 모습을 찾기라도 하듯 강남3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기 시작했다. 가격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규제완화 정책을 내놨던 8·29 대책과 시중 유동성 자금이 만나 투자수요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부동산만큼 인과법칙이 잘 통하는 시장은 없다. 올해의 부동산 현상에 대해 이상기온이라고 놀랄 것도, 내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걱정할 일도 아니다. 부동산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수요공급법칙, 시장을 내다보는 정책 등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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