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표한 대국민사과 성명을 통해 “이 어려운 시기에 여당대표로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과 실수로 인해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지난달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보온병을 북한이 발사한 포탄으로 오인해 여론의 조롱거리가 된데 이어, 22일엔 세밑 민생 행보차 중증 장애아동 요양시설 방문 뒤 동행한 여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연예인 성형수술과 관련, “룸(살롱)에 가도 요즘엔 ‘자연산(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을 많이 찾는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사퇴 공세를 받아온 바 있다.
이에 이날 안 대표의 성명발표 계획이 알려진 직후 일각에선 대표직 사퇴 등 향후 거취문제를 밝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작 안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 며칠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반성의 시간을 통해 여당대표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느꼈다”고 전한 뒤, “앞으로 여당대표로서 모든 일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 더욱 진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 서민생활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당 대표직을 사퇴하더라도 현재 자신을 대신할 마땅한 인물이 없는데다 정치일정상 새 대표를 뽑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른바 ‘대안 부재론’을 당·청 모두가 공감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어차피 내년 4월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결과가 자신을 포함한 현 지도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될 것인 만큼 거취문제에 대한 언급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27일부터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주재하는 한편, 오는 28일엔 육군 제7사단 위문방문, 그리고 30일엔 시내 양로원 방문 등 예정된 일정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
그러나 수도권 출신 의원들 사이엔 “민심이 위험하다. 현 지도부를 믿고 내년 재·보선과 다음 총선을 치르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데다, 야당에선 “진정 책임을 느낀다면 ‘반성’이란 립 서비스가 아니라 ‘사퇴’란 행동을 보여야 한다”(차영 민주당 대변인), “말로만 반성하는 건 국민을 또 한 번 우롱하는 것이다”(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어 안 대표의 ‘겨울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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