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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260x140cm Acrylic on canvas 2009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보이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작정한지 10년, 응어리가 터진 그림입니다."
조부수(68)화백은 연신 신바람이 났다. 오는 16일 개인전을 앞두고 10일 서울 인사동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큰 목소리로 작품설명을 하며 흥분상태를 토해냈다.
12년 만에 전시한다는 그는 "화랑에서 작품을 거는 일이 이렇게 통쾌하고 기분좋을 지 몰랐다"며 "가지고 있는 작품이 많이 있어 앞으로는 전시를 계속 하고 싶다"고도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조화백의 작품도 당연히 변했다. 액션페인팅 추상작가로 알려진 그는 화려한 꽃 그림, 구상작가로 돌아왔다.
점점점 찍어나간 노랑 빨강 초록, 원색의 화려함과 거침없는 필치로 화면은 속도감마저 느껴진다. 이번전시에 4호~ 500호 크기 대작까지 40점을 선보인다.
"이제 나에게 추상 구상은 아무 관계가 없어요. 현대미술을 구상 추상 구분할 필요도 없어요. 경계는 작가가 뛰어넘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내 그림은 흥바람난 그림입니다."
그가 이렇게 변한것은 99년 벨기에서 아트파리에 참여한 후다. 유럽의 작품들을 보며 자신의 그림에 대해 답답했다. 이게 아닌데..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다. 내가 나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서울을 떠났다.
그렇게 들어간 곳은 충남 부여. 고향도 연고도 아닌 시골마을, 산중턱에 하얀집을 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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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개인전 여는 조부수화백. |
보따리를 싸서 다시 서울로 갈까, 말까. 감옥에 있는 것 같은 심정. 수많은 갈등을 하며 2년을 보내자 보였다.
시골 공기가 스며들고, 꽃이 피는게 보이고, 용이 꿈틀대듯 올라가는 아지랭이가 보였다. 사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꼈다.
자연에 눈이 떠졌다.
" 아, 이것이 바로 내가 그리고 싶었던거구나. 보이는 대로, 만져지는 대로, 냄새나는대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2009년 비로소, 100호~500호 크기 캔버스에 미친듯이 그려냈다. 스케치도 없이, 계획없이 그린 작품은 거대하고 화사한 꽃밭으로 탄생됐다.
'문득문득 추상적 요소가 섞인 작품엔 쌍무지개가 뜬 산이있고, 흐드러지게 꽃들이 만발하고, 푸른 바다에 정박한 배들이 한가롭다. 특히 초록의 잎이 꿈틀거리는 수련도 한가득 담아내 눈길을 끈다.
"부여에 7월이면 수련축제가 열립니다. 어느날 수련을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랐어요. 이파리가 코끼리 귀처럼 털럭털럭 움직이는데. 그 장면이 장관이더라고요. 알고보니 수련이 백만송이나 된다지 뭡니까."
수련의 아름다움에 빠진 그는 바람에 춤추는 수련의 움직임을 담아내기 위해 캔버스앞에 앉았다. 커다란 잎위로 흰색 물감을 입힌 1호짜리 붓으로 미친듯이 화면을 긁어냈다. 초록의 잎과 흰색으로 그려진 물가의 수련 작품은 그의 느낌이 그대로 실려 웅성웅성, 윙윙윙 바람을 일으킬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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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Water lily),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10 |
"구석진 곳의 촌생활이 나를 키우고 성숙하게 했다"는 그는 "이제야 그림이 무엇인가를 깨달아가는 것같다"고 말했다.
꽃이 가득찬 들판, 광활한 바다가 담긴 작품, 조화백이 삶과 자연에 새롭게 눈뜬 기쁨이 넘치고 있다.
"20년전 유럽에서 전시하는데 그쪽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백의민족이라는데 너희가 칼라가 있느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죠. 우리는 색동이 있다고. 이번작품은 혼합하지 않은 원색만을 사용해 붓가는대로 신나게 그렸습니다. 현대미술은 골치아플 필요가 없어요. 그림을 보면 행복해야하잖아요. 하하하." 전시는 31일까지.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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