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격 할인, 제조업체만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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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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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이른바 '통 큰', '착한'을 앞세워 가격파괴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소비자에게는 좋은 전략이지만 납품 업체에게는 '울며 겨자 먹기'라고 하소연했다.

27일 국내의 한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대형 마트들의 가격 할인 전략 뒤에는 '보이지 않는 아픔'이 숨겨져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 업체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의 초저가 할인은 단순 미끼상품 전략의 일환이고, 적어도 거래만큼은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보이지 않는 거래 관행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조업체의 일방적인 희생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국내 2위 업체인 홈플러스는 최근 시중가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1000원짜리 국산 생닭(500~600g)을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말 롯데마트가 가격대가 저렴한 통 큰 상품 시리즈로 대박을 내자 홈플러스도 '착한'을 앞세워 모방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마트 역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중가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하고 중량은 일반 피자보다 3배 이상 큰 '초대형 저가 피자' 판매를 강행하고 있다.

가격 경쟁은 대형 마트를 넘어 슈퍼마켓까지 확대됐다.

GS리테일은 최근 일반제품보다 중량과 크기가 4배 이상 크지만 값은 저렴한 '위대한 버거'를 내놓으며 가격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격인하 경쟁을 두고 많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제조업체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유통사가 자체 마진을 줄이는 것만으로 실제 가격 인하가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농심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 공급가를 낮추라는 유통업체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대형마트 협력업체 중에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다"며 "대안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공급가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가격할인이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정면 비판했다.

가격할인이 전 품목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단지 몇 개 상품에 한해 이뤄지기 때문에 단순히 '미끼상품'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끼상품' 자체가 몇 개 상품만 가격을 내리는 대신 다른 상품 판매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할인을 통한 집객으로, 다른 상품에서 초과 이익을 올리겠다는 유통업체의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다.

중소 협력사에 납품가 인하 압력을 넣은 뒤 마치 할인행사를 하는 것처럼 위장해 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규모 소매점(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7%의 납품 업체가 '유통업체가 단가 인하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납품가 인하를 강요하는 요인으로는 "유통업체 간 가격경쟁(60%)이 가장 많이 꼽혔다"며 "이로 인해 납품 중소기업 29.3%는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불공정 거래행위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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