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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살림이 어려워진 노인은 궁리 끝에 키우던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밤 세 톨을 주고 저녁에는 밤 네 톨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길길이 뛰면서 성을 냈고, 노인이 말을 바꾸어 아침에 네 톨을 주고 저녁에 세 톨을 주겠다고 하자 뛸 듯이 기뻐했다.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지적한 일화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원숭이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얘기다. 즉 원숭이들은 아침에 미리 네 톨의 밤을 확보함으로써 불안감을 줄일 수 있었고, 또한 스스로 결정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지난 8일 카이스트(KAIST) 재학생이 또 자살했다. 올해만 네 번째 자살이다.
자살의 원인으로 징벌성 등록금 제도 등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심리적 '맞춤형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톱 클래스 대학으로 손꼽히는 대학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러나 넉달 동안 4명이 잇따라 자살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공부하고 살아가는 환경에서 학생들은 얼마만큼 스스로 자신의 영역(과목 선택, 성적)을 확보하고 그것을 결정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등록금과 연결된 학점 탓에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만 갔고, 또 그것을 확보하고 결정하지 못한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조삼모사의 원숭이들이 지혜로운 이유다.
인지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위계설'에 따르면 풍요와 관심 속에 자라난 엘리트에게 자존심의 상처는 목숨을 걸 만큼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생리적 욕구에서 자존심에 이르는 욕구의 단계를 알고, 각각의 욕망에 걸맞은 '맞춤형 서비스' 즉, 영재고 등을 조기 졸업한 인재가 모인 학교에서 인성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매슬로의 '욕구발단 5단계 이론' 피라미드 하부에는 안전의 욕구, 상부에는 존경의 욕구, 최상위에는 자아 실현의 욕구가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던 이에게 안전의 욕구와 남에게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의 자아 실현의 욕구에 도달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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