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버릇 고치려 무술관장 훈육…아들 사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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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2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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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어머니가 가출이 잦은 중학생 아들의 버릇을 고쳐달라며 아들이 다니는 특공무술 체육관 전직 관장에게 훈육을 부탁했다가 폭행을 견디지 못한 아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광주 모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A(13)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출을 일삼았고, 이에 A군의 어머니(38)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이 지인은 전직 특공무술 관장인 남편 B(34)씨에게 부탁해 부모 말을 잘 듣도록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제의했고 A군의 어머니는 이를 승낙했다.
 
 부탁을 받은 B씨는 지난 5월 25일 광주 서구 쌍촌동 자신이 관장으로 일했던 체육관으로 A군을 데려가 “정신이 들게끔 혼내 주겠다”며 현 체육관 관장, 사범 2명 등과 같이 목검 등으로 A군의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약 30여 분간 구타했다.
 
 이들은 겁에 질린 A군에게 “대련을 해 나를 쓰러뜨리면 집에 보내주겠다”며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집에 돌아온 A군은 복부 등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119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돼 생명이 위독해지자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폭행당한 지 9시간 만에 결국 사망했다.
 
 이들은 병원에서 병으로 죽었다는 사망진단서를 받은 뒤 다음 날 곧바로 A군을 화장했다.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지내왔다.
 
 10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 둘을 키워온 A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경황이 없어 그냥 화장했다”고 말했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슬픔과 충격에 화장한 아들의 유골을 며칠간 보관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과 A군의 형(16)은 가출했다는 이유로 전에도 목검 등으로 맞은 적이 있으며 형은 같은달 19일 다른 체육관 관장(26) 등으로부터도 폭행을 당했고 어머니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폭행 치사 등의 혐의로 전ㆍ현직 관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군의 형을 구타한 다른 체육관 관장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이 피의자에게 자식을 부탁해 일이 벌어진데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바로 신고를 하지 못했으며 피의자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려고 일부러 화장을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군의 어머니에 대해 폭행 교사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입건할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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