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독자 개발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개발시험비행조종사인 송민석 소령에게 가장 가혹한 임무는 단순히 '빨리 나는 것'이 아니다. 몸이 당장 멈추라고 아우성치는 한계 상황 속에서도 테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기체를 한계점까지 밀어붙인 채 그 상태를 끝까지 버텨내는 일이다.
"중력가속도(G-force)를 받으며 계속 급선회하면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특수 호흡법을 배우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어렵습니다," 송민석 소령이 아주경제와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다.
고고도에서는 의식을 잃더라도 회복할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있지만, 저고도에서는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곳의 조종사들은 이미 성능이 검증된 전투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안전성과 한계가 다 밝혀지지 않아 '검증해 나가야 하는' 항공기를 타고 하늘에 오른다.
그의 현재 임무는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인 KF-21 개발의 최전선에 맞닿아 있다. KF-21 보라매는 약 10년에 걸쳐 대한민국 공군과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통해 개발한 4.5세대 중형 초음속 전투기다.
KF-21 조종석에 매일 타고 있다는 송 소령에게 이러한 국가적 야망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KF-21은 대한민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초음속 전투기입니다. 시험비행조종사로서 이런 역사적인 순간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러나 자부심의 무게만큼 압박감도 상당하다.
"우리가 확인하는 결과가 앞으로 수십 년간 공군 조종사들이 운용할 항공기의 완성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KF-21을 처음 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을 묻자, 송 소령은 레이더나 미사일, 스텔스 성능 대신 '추력(Thrust)'을 먼저 꼽았다.
"추력이 정말 강력합니다. 아주 가볍게 이륙하고 가속 능력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구형 전투기는 조종석 사방에 아날로그 계기들이 복잡하게 붙어 있는 반면, KF-21은 전면에 커다란 아이패드 3~4개를 놓은 것 같습니다. 전부 터치스크린 방식이라 화면 디스플레이 구성도, 조작도 매우 직관적입니다."
송 소령은 조종석을 '미래지향적'이라고 표현하며 스마트폰을 처음 만졌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종사의 물리적인 조작을 전자 신호로 변환해 기체를 제어하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전자식 비행제어)' 시스템의 우수성도 언급했다.
현대 초음속 전투기는 인간의 근력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다. 조종사가 조종간(Stick)을 움직이면 내부 소프트웨어가 압력, 각도, 속도, 현재의 기동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한 뒤 가장 안전하고 정밀하게 조종면을 움직인다.
송 소령이 비행 중 가장 까다롭게 모니터링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비행성(Handling Quality)'이다. 기체가 조종사의 명령에 얼마나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인데, 그에 따르면 KF-21은 단순히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조종을 '교정'한다.
"기체에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비행 속도나 선회 각도에 따라 조종면을 각기 다르게 움직여 줍니다. 조종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완벽한 보정을 해주는 것이죠."
이러한 안정성은 KF-21이 대한민국에 갖는 더 큰 의미를 시사한다. 외국산 전투기는 사 올 수만 있지만, 국산 전투기는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KF-21은 새로운 무장,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향후 인공지능(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체계(MUM-T·인간과 드론의 협동 비행) 등 신기술을 언제든 통합해 개량할 수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에 이 전투기는 단순한 비행기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인 셈이다.
그리고 송 소령의 비행은 바로 그 플랫폼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험비행에서 얻은 데이터가 설계 목표와 실제 성능 간의 간극을 드러내면, 엔지니어들은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고 항전장비를 개선하거나 조종사 인터페이스를 조정한다. 비행과 수정을 반복하는 이 과정을 통해 전투기는 매 순간 완벽함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송 소령은 자신의 업무를 단순히 비행기를 타는 일이 아니라 '기체의 언어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하늘에서 직접 날아보고, 느끼고, 테스트한 뒤 지상으로 내려와 이 거대한 기계가 온몸으로 말한 바를 엔지니어들에게 설명해 주는 역할이다.
시험비행조종사가 되는 데는 거의 2년의 세월이 걸렸다. 송 소령은 2021년부터 과정을 시작해 비행, 데이터 분석, 발표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약 1년간의 국내 교육을 거쳤다. 약 13번의 까다로운 과제를 마친 후에는 외국 기체와 항전 시스템을 직접 평가하는 국외 교육 과정까지 이수해야 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점이 기존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익숙한 육체적 훈련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비행하고, 분석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끝없는 루틴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비행을 하고 나면 데이터를 뽑아 계속 발표해야 합니다. 보고서를 쓰고, 또 발표하는 과정의 연속이죠."
"교관님께서 굉장히 보람차고 흥미로운 분야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비행을 정말 사랑한다면 오랫동안 조종간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라는 말씀도 하셨죠."
송 소령은 여전히 비행을 사랑한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비행이 좋습니다. 제 목표는 KF-21이 보다 더 완성될 때까지 오랫동안 시험비행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을 결코 낭만적으로만 포장하지 않는다. 조종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송 소령은 조종석이 단순히 화려한 곳만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조종사라는 직업이 겉보기엔 멋있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힘들고 위험한 순간도 많습니다. 확고한 사명감이 없다면 버텨내기 힘든 길입니다."
그가 말하는 사명감은 단지 '하늘을 날고 싶다'는 열망을 넘어, 군 조종사로서 국가 방위에 기여한다는 책임감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위험과 데이터, 철저한 규율이 지배하는 일상이지만 구름 위로 솟구쳐 오르는 순간만큼은 예외다. 하얗게 펼쳐진 구름 카펫 위를 기체가 매끄러운 궤적으로 미끄러져 나갈 때, 송 소령은 이 고된 직업이 주는 순수한 희열을 마주한다. 조종사들은 이를 '클라우드 스키잉(Cloud Skiing·구름 스키)'이라 부른다.
KF-21의 미래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시험비행조종사에게, 이것은 여전히 비행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