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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의 추억>, 종이에 오일스틱 연필, 물감, 60.6x72.7cm, 2010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배나온 중년남성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뱀, 붉은 내장과 연결된 혀에서 말의 파편들이 화려한 색채로 쏟아져 나온다. 작품 제목은 '내장의 추억'. 좀 징그럽다.
30년간 끊임없이 알몸의 인체를 그려오고 있는 작가 정복수(56)가 20번째 개인전, '존재의 비망록전'을 사비나미술관에서 2일부터 연다.
작가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온갖 종류의 사회적인 폭력성을 인간의 몸을 통해 표현하면서 현대사회와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준다.얼굴부위와 몸의 안과 밖 부분을 도구처럼 절단하고 조합하여 인간이야기들을 그려 낸다.
'절단된 몸, 왜 인체인가'
작가는 "탐욕과 배설의 인간사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육체"라고 여긴다.
"그림이라는 것은 살아서 움직여야 한다. 춤도 추고, 고함도 지르고, 말도 하고, 사랑도 하고, 증오도 하고, 술도 마시고, 미워도 하고, 사람이 살아가듯 살아있어야 그림이다. 그리기란 잘 포장된 도로 위를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길을 다시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맨몸으로...,”
작가는 79년, 10미터가 넘는 크기의 캔버스에 누드의 인체를 그려 관람객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정신은 지금까지도 조각과 설치작업과 벽면의 드로잉 등 회화라는 형식의 틀에서 벗어난 작가의 자유로운 형식실험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벌거벗은 몸 작품 이외에도 화려한 색채와 인조 꽃, 인형, 마스크 등의 다양한 오브제들이 포함된 과감한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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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미술관 전시장면. |
사비나미술관은 전시연계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으로 '몸이랑 대화해요-Feeling Mask 만들기' 시간을 마련했다.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 인체 구조와 작가가 표현한 작품 속 인체 내부의 모습을 시청각 자료를 통해 비교해 보고 다양한 감정(기쁨, 슬픔, 분노 등)을 하나의 마스크에 그려 넣어 만들어 본다.
오는 13일부터 12월 4일까지 매주 토,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3시에 열린다. 참가비는 입장료 교재 재료비 포함해 1만8천원.
매주 목요일 12시에는 '나는 미술관에 점심먹으로 간다' 런치 프로그램도 열린다. 미술관에서 간단한 점심식사와 함께 큐레이터의 전시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매주 11시에 여는 브런치 프로그램도 있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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