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물결 맞닥뜨린 중국공산당> <4>이데올로기의 부재, 도덕성 함몰의 시대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지난 9월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의 중심가에서 한 노인이 갑작스레 찾아온 가슴통증에 쓰러졌다. 당시는 아침 출근길이었지만 많은 샐러리맨들이 노인을 지나쳐갈 뿐이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자 노인은 가슴을 움켜쥔채로 주머니에서 200위안을 꺼내들고 “날 부축해 주면 200위안을 주겠소”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노인을 둘러싼채 방관할 뿐이었다. 결국 20여분이 지나 한 중학생이 노인을 부축해 병원까지 바래다 주었다. 이 사건이 기사화되자 중국 인터넷은 들끓어올랐다. 대부분 “우리사회가 어쩌다 이모양이 됐느냐”고 개탄하면서도 “내가 그 상황에 처했어도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지난달에는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에서 두 살배기 여아가 2차례나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현장을 20명 가까이 목격했으나 누구도 구조에 나서지 않아 끝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에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서 한 여성이 대낮에 길거리에서 괴한에게 끌려가 성폭행당한 뒤 금품까지 털렸지만 사건 현장을 지나던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사건이 빈발하자 중국청년보는 지난달 40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무려 70.7%는 행인들이 차에 치인 여자아이를 구조하지 않고 외면한 이유에 대해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외면한 대중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조한다는 뜻이었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방관은 물질만능주의가 빚어낸 과거사건들에 대한 학습효과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있다. 2006년 난징(南京)에서 발생했던 ‘펑위(彭宇) 사건’이 대표적이다. 일용직 근로자였던 펑위는 쓰러진 한 할머니를 부축해 할머니의 가족에게 연락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할머니측은 펑위를 가해자로 지목하면서 배상금 13만 위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1심에서 법원은 펑위에게 4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펑위는 불복 끝에 항소했고, 양측은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의해 법정싸움을 종결지었다.

선행을 베풀었지만 펑위는 두차례의 소송에 휘말리며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고 결국 합의하면서 물질적인 피해까지 입게 됐다. 이후 쓰러진 노인을 병원에 데려다줬더니 소매치기범으로 몰거나, 어린아이를 도와줬더니 유괴범으로 몰아 돈을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빈발하면서 중국인들은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데올로기의 부재로 해석되기도 한다. 중국공산당은 모든 종교를 배척하고 공산주의 사상을 신봉하게끔 했지만 자본주의의 유입으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이미 붕괴된 상태다. 이후 인민들의 도덕성을 지탱시킬 정신적인 토대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과거 1960년대 사회주의 이념이 강했던 중국에는 레이펑(雷鋒)이라는 젊은이의 선행이 사회의 모범으로 추앙되기도 했었다. 레이펑은 매일 선행을 했으며 이를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에 기록했다. 그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사회주의 이념을 실천하는 것으로 여겼다. 레이펑은 아껴둔 돈을 재해를 당한 사람이나 가정이 빈곤한 친구에게 모두 줬다. 휴일이면 부대 주변 버스정류장에서 노인들을 부축해주고 어린아이를 도왔다. 그는 불행히도 1962년 22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그는 사후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마오쩌둥은 “레이펑을 배우자”고 했고 중국사회에는 선행을 베푸는 행동이 사회주의의 숭고한 가치로 여겨졌다.

지금으로서는 중국 당국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중국의 정신적 토대로 세우기는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새로운 정신문명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효과적인 대책은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당 내에서 종교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거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등의 방안을 연구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종교를 금지하고 있는 공산당 지도부가 도교관련 행사에 대거 참석한 것도 이와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읽혀진다. 지난달 후난(湖南)성 난위에(南越)에서 열린 국제 도교 포럼에 권력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두칭린(杜靑林) 공산당 통일전선부장, 후이량위(回良玉) 국무원 부총리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해 도교가 중국인의 전통적 가치임을 부각시켰다.

또한 과거 공산당이 반동으로 몰아 금기시했던 유교를 부흥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달 중국윤리학회는 공자, 맹자, 증자 등 성현의 가르침이 담긴 수첩을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습득하게 하는 ‘효자 육성공정’을 시작했다. 2016년까지 2800여개의 각 현(懸)급 도시에서 한 해에 30~60명씩의 어린이를 선발해 1000만명의 효자를 양성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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