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작될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과 맺은 다른 계약들에도 악영향을 미쳐 향후 대북 정책을 펼치는 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대북 차관 상환 불투명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차관은 총 10억8882만 달러 규모다.
식량지원 차관 8억7532만 달러, 철도·도로 자재장비 차관 1억3350만 달러, 경공업 원자재 차관 8000만 달러 등이다.
이들 차관은 30년 만기(10년 거치 후 20년 분할 상환), 연이율 1%로 지원됐다.
이에 따라 거치기간이 끝나는 식량지원 차관에 대한 첫 상환이 내년 6월 중 시작된다.
식량지원 차관은 총 6회에 걸쳐 제공됐다.
2000년 8835만 달러, 2002년 1억600만 달러, 2003년 1억600만 달러, 2004년 1억1799만 달러, 2005년 1억5000만 달러, 2007년 1억5200만 달러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 상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차관 제공 계약을 맺을 때 체결했던 ‘남북간 식량차관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 미상환시 적용할 제재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상환이 지연될 경우 지연배상금을 연 2%로 물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적으로 북한의 상환 의지에 달렸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북한에 상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상환에 나설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관을 집행했던 수출입은행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차관 공여 및 상환은 수출입은행과 북한 조선무역은행 간에 체결되는 계약에 따라 이행된다.
북한이 상환을 거부하면 관련 금액은 고스란히 수출입은행이 관련 계정에서 손실 처리를 해야 한다.
◆ 편법 지원이 화 불렀다
당초 정부는 쌀과 각종 원재자 등을 무상으로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대북 퍼주기 논란이 일면서 차관 제공이라는 편법을 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하면서 차관 형식을 빌렸던 것은 실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만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관리비용 절감을 위해 북한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차관으로 빌려줬지만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기 때문에 북한에 상환 요구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 차관이라는 편법을 사용한 것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관은 국가 간의 약속이다. 상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한국 정부와 맺은 다른 계약도 무시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나쁜 전례를 남기게 된 셈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향후 정부가 대북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제소송 비화 가능성 낮아
빌려준 돈을 못 받게 되더라도 소송 등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자금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상환을 요구할 경우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정동영 의원 측은 “차관은 지원액을 돌려받기보다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라며 “상환이 되지 않더라도 국제식량기구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국제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제 소송이)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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