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새 판사·검사 등 공직자의 소신발언이 줄 잇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 정책을 ‘사견’을 전제하고 비판하고 있지만 발언이 수위가 위험 수준에 달해 이들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6일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2기)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정부·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강행처리한 것을 비판하는 취지로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이라고 글을 올렸다.
대법원은 최 판사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29일 그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해 발언의 적절성 여부와 법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기준 마련의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이정렬(42·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진보 편향적인 사람은 판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겠지. 그럼 보수 편향적인 판사들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는 글을 올리며 파장을 키웠다.
이번에는 한 여검사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문제를 지적하며 사직서를 냈다.
대구지검 백혜련 검사(44·29기)는 지난 21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찰의 모습은 국민이 볼 때 정의롭게 보여지지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보여지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이 같이 공직자들의 소신발언과 돌출행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의 레임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연달아 열리며,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누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정치권도 19대 총선을 대비해야 할 입장이라 공직자들의 발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경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경찰 수사관들이 정부의 조정안에 반대하며 수갑을 내려놓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자, 정치권은 일제히 경찰의 편들 들어주며 경찰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사법공직자로서 몸값을 키우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이나 박시환 대법관 등의 전례를 따져봤을 때 사법 공직자의 소신 행동은 정치적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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