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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왼쪽)/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각자 대표 체제에 전격 합의했다. 겉으로는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상호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하는 만큼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는 평가다.
◆ 하이마트-유진, 주총 직전 전격 합의
30일 유진그룹과 하이마트에 따르면 유 회장과 선 회장은 이날 열린 임시주주총회 직전 서로 각자 대표 체제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열린 예정이었던 이사회 안건인 선종구 회장 개임안은 철회됐다. 더불어 하이마트 측도 유경선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유경선 회장은 이날 주총에 들어가기 직전 "하이마트 발전을 위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합의 뜻을 내비쳤다. 실제 양 측은 주주총회 직전까지 합의을 도출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각자 대표 체제를 확정한 만큼 유 회장과 선 회장은 향후 하이마트 경영에서 어떻게 역할을 나눌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와 상황을 수습하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로 설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두 회장 역할·콜옵션 등 넘어야 할 산 여전
업계는 이번 합의와 관련해 양측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결과가 없어 불완전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유진그룹의 콜옵션 행사도 넘어야할 산이다.
업계에서는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각각 경영과 재무를 나눠 맡을 것으로 보고있다. 유진그룹은 여전히 재무적투자자(FI)에 대한 콜옵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진그룹은 2007년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끌어들였던 FI 지분 6.9%에 대한 콜옵션 실시를 검토했고, 하이마트 측은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넘본다며 반발했다.
실제 유진그룹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아직 하이마트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유진그룹은 유진기업 31.3%· 유진투자증권 1.1% 등 32.4% 하이마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진기업이 이번 콜옵션을 행사하면 하이마트에 대한 이 그룹 지분은 39.3% 늘어나게 된다.
이에 반해 하이마트 측은 선종구 회장 17.4%를 비롯해 아들 선현석씨 0.9%, 현석씨가 대표로 있는 아이에이비홀딩스 2.5%, 우리사주조합 6.8% 등 27.6%를 보유하고 있다.
◆ 경영권 7년 보장… 2013년 이후는?
선 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이상 두 회사 간 쟁점이었던 '경영권 7년 보장'도 언제든 다시 수면 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013년이면 유진그룹 측이 임직원 고용을 보장했던 7년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당시 경영권 보장을 원하는 하이마트와 유통 경험이 없는 유진이 서로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인수를 합의한 것"이라며 "이번 합의로 선 회장 측이 단독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하이마트비상대책위원회도 사직 의사를 철회하고 전원 현장에 복귀할 예정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최대 주주로서 어려운 결정을 한 유경선 회장 배려에 감사한다"며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최대주주로서 유진의 지위를 존중하고 고객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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