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지난주말 유로존 재정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해 유로존 재정통합을 위한 공동안을 마련한 뒤 오는 9일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이를 핵심의제로 상정할 방침이다.
통합안은 EU의 기존‘성장 및 안정 협약’을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 정상은 공동안에 대한 EU 27개 회원국의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하되 우선 유로존 회원국들만 이행하는 별도 협약을 맺는다는 합의를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유로존 재정통합안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이뤄지면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옭죄어 왔던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경우 지난 1999년 1월 공식 출범한 유로존은 13년 만에 통화동맹(Monetary Union)에 이어 재정통합(Fiscal Union)으로 한 단계 상승하게 된다.
현재 유로존은 단일통화인 유로화, 단일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존재하는 통화동맹 단계로 재정정책은 각 국에 위임돼 있다. 이 때문에 각 국의 재정적자가 누적되도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야기돼 왔으며 유럽발 재정위기가 유럽 대륙 전체로 확산되어도 이를 막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지연돼 왔다. 현재 각국 재정정책을 ‘조율하는’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이 설치돼 있지만, 이는 협의체 성격이 강해 공동국채 발행 등을 통한 시장 개입 등 강력한 재정정책 집행에 한계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있을 재정통합 방안은 여러가지 형태가 거론되고 있다. 17개 모든 회원국 재정이 마치 한 국가의 재정처럼 운용되는 완전한 재정통합이 추구될 경우 이는 하나의 유럽으로 가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유로존 재무부’와 더불어‘유로존 재무장관’이 등장한다는 의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더욱 강력한 재정통합을 위해서는 단계적인 재정통합 규정을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재정통합 구상과 관련 “규정은 지켜져야 하고, 규정을 지키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고,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결과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새로운 EU ‘안정 및 성장 협약’을 위반한 회원국들을 처벌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EU의‘안정 및 성장 협약’에 담긴 재정 기준을 상습적으로 어긴 회원국에 구속력 있는 제재를 가하자는 게 독일 정부의 재정통합 구상의 핵심인 셈이다. 현행 ‘안정 및 성장 협약’은 회원국의 재정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 정부부채 비율 상한선을 GDP 대비 60% 이내로 각각 못박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기준을 위반해도 제재할 실효성이 있는 수단이 없다. 지금까지 60차례에 걸친 위반사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제재를 받은 회원국은 전무하다. 이 허점이 유로존에 대한 신뢰 상실을 가져온 근원이라는 게 독일 정부의 진단이다.
이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은 다르다. 프랑스는 회원국 재정정책 수립과 운용에 대한 외부의 개입에 대해선 미온적이다. 이에 따라 5일과 9일 잇따라 열리는 독일-프랑스 정상 회담과 EU 정상회담에서 각국간 이견 조율에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이번 연쇄 정상회동에서는 △유로존 전체에 예산균형 의무를 규정한 ‘황금률’을 수용하도록 하는 방안 △재정 기준을 위반한 국가에 투표권 박탈, 보조금 집행 중단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도 협상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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