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2004년 7월 전당대회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나왔다, 대표로 선출되던 전대다. 그러면서 그는 전투적 행보를 보였다. 노무현 정부에 맞서 국가정체성 투쟁을 부르짖으며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 등을 전개한 것이다. 그때부터 박 전 대표의 바지는 전투복으로 불렸다. 이 전투복은 박 전 대표의 24승 전 승 재보선 승리 신화의 현장에 항상 같이했다.
이후 결단과 위기의 순간 항상 박 전 대표는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 시절 박 전 대표는 바지를 입었다. 남성 후보들이 즐비한 대선판에 나선 만큼 남자의 상징 바지를 입고 정면 승부하겠다는 의지였다.
2008년 한나라당은 정권교체 후 대대적인 총선 물갈이 공천을 단행했다. 주 티깃은 17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도운 이른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었다. 당시 김무성, 서청원, 홍사덕 등 유력 친박 중진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박 전 대표는 이를 공천학살로 규정, 검은색 계열의 정장을 입었다. 자신을 도운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추모였으며 “다시 살아오라”는 눈물의 호소였다.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일었을때도 박 전 대표는 원안을 고수하면서 국회 본회의장에 섰다. 회색 바지 차림이었다. 원안을 고수하던 박 전 대표는 반대토론을 벌였다. 수정안을 꺼낸 이명박 정부를 ‘기회주의자’로 몰아세우는 듯했다. 결국 수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시련도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면서 바지정장을 입었다. 그러나 '안철수 바람' 등으로 나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박 전 대표의 ‘바지 전투복’신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여당은 박 전 대표를 원하고 있다. 그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내년 총선에 올인할 태세다. 바지차림의 비대위원장이 어떤 파괴력을 지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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