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재천·홍성환 기자) 꽃이 피어야 할 4월에 눈이 왔다. 강원도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을 뿐 아니라 서울에도 눈이 내렸다.

오락가락 날씨에 기업마다 분주해졌다. 날씨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3~4월 뒤늦은 꽃샘추위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들은 재고물량을 처리할 수 있어 함박웃음을 짓는 반면 패션업체들은 궂은 날씨로 신상품 판매가 감소해 울상이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3~4월 꽃샘추위 기간이 길어지면서 모피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있다. 때늦은 꽃샘추위 덕분에 지난 3월 백화점 모피 매출은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3월 모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1%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2일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전국 13개 점포에서 순차적으로 '모피대전'을 개최해 평균 5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꽃샘추위에 대비할 보온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찬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줄 마스크·타이즈 등이 바로 그것. 몸을 녹여줄 프리미엄 아카시아 꿀과 생강차를 1+1 기획상품으로 판매한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를 마케팅으로 연결시켰다.

유통업체 가운데 날씨에 가장 민감한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물품을 발주할 때 날씨정보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세븐일레븐은 발주 화면에 일주일 간의 날씨정보를 제공, 날씨를 확인하고 발주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비가 예상되면 자동으로 우산 발주량이 증가하고, 요즘 같은 꽃샘추위에는 따뜻한 음료가 많이 주문된다.

▲ 기상학 전공자를 직원으로 채용

LG생활건강은 2010년부터 기상청 사이트의 기상포커스 자료와 기상청 보도자료 등을 활용해 생활용품 선물세트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용품 마케팅에 기상학과 출신 인재를 전진 배치했다.

명절 생활용품 선물세트는 과일류·고기류 선물세트와 경쟁하는데, 이들 제품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때문에 명절 시즌 특성상 기상·기후정보를 유심히 살피고, 수요예측에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긴 장마와 폭우는 과일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생활용품 선물세트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여름철 습한 날씨와 폭우는 수인성 질병을 유발하기 쉬우므로 고기가격이 상승하고 생활용품 선물세트의 수요가 증대된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지난 2010년에 이러한 기상정보를 활용, 그해 추석 시즌 생활용품 선물세트 부문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그해 폭우와 긴 장마가 있을 것을 사전에 감지하고 과일가격 상승에 따른 생활용품 수요 증대를 예상해 생산량을 20% 늘렸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상 관련 학문을 전공한 직원들이 입사해 아이디어를 냈다"며 "아직은 명절 때만 적용하는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회사 전체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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