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식품업계 표정이 어둡다. 매출은 늘어 몸집은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0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20억원으로 약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원가·판관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에는 팜유와 전분유 등 일부 주요 원재료 가격 부담이 지속됐고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원가 증가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초콜릿 업체 1위 롯데웰푸드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웰푸드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 증가한 975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약 35%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 소비심리 부진에 따른 국내 매출 정체와 코코아 등 원재료 투입단가 상승 부담으로 전사 수익성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과 유제품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지난해부터 오름세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t)당 1만2565달러(ICE 선물거래소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수십 년간 코코아 시세가 t당 2000달러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5~6배 수준으로 가격이 뛴 셈이다. 특히 코코아는 지난해에만 172% 상승해 원자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업체는 올해 초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농심은 지난달 17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다. 롯데웰푸드도 지난 2월 빼빼로와 가나마일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다만 이번 가격 인상 효과는 오는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업체에 미리 납품한 재고는 기존 가격으로 팔리고 기존 재고가 소진돼야 가격을 올린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 그렇다 보니 가격 인상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1~2분기 정도 시차가 생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이 맞물려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득이한 가격 조정 이 후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 품목과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내부 비용 절감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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