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원칙은 찬성…조건은 반대'

  •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유로존 반응은?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스페인이 25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유럽연합(EU)에 최대 1000억 유로의 제한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로써 스페인의 공식적인 구제금융 일정이 시작되며 오는 28일 EU 정상회담의 결정에 따라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스페인의 구제금융에 대해선 찬성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지원조건과 은행개혁안에 대해선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막 돛을 올린 스페인의 구제금융 항해도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을 비롯한 17개국의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스페인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금융 내용이 다음달 9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때까지 합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 정부와 기관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재정위기국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스페인의 구제금융 지원과 은행개혁을 할지 엇갈린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스페인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국 은행을 위한 구제금융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높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스페인이 은행권 구제금융에 이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페인이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에 이어 네 번째 구제금융국으로 지목된 것이다.

유로존은 스페인에 구제금융 조건으로 은행권의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안에는 우선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배드뱅크을 설립하라는 요구가 포함된다. 유로존 관리자들은 배드뱅크를 설립한 아일랜드와 여러 개의 배드뱅크를 통해 개별 은행의 부실자산을 관리하는 독일의 선례에서 스페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또한 유로존의 구제기금을 은행에 직접적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스페인 정부를 통해 대출이 진행되면 공공부채가 증가하고 대출비용은 더욱 오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유로존 정상들은 구제기금이 스페인 은행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귄도스 경제장관은 지난주에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 방안은 EU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구제기금이 언제 지원될지는 스페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페인의 변제 우선순위도 문제다. 유로존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구제금융을 지원하지만 정확한 지원 주체를 정하지 않았다. 독일은 다음달에 출범하는 ESM에서 구제자금을 제공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SM의 변제순위가 민간채권단 보다 먼저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디폴트)시 손실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ESM으로 추진하면 민간채권단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달 9일 스페인이 유로존에 처음 구제기금을 요청했을 때도 이런 이유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치솟은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유로존 정상들과 스페인 정부는 은행동맹도 추진하고 있다. 은행동맹은 은행 부실에 대한 책임을 17개 유로존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고 유럽 은행의 자금 흐름과 유동성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24일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은행동맹 구축이 유로 위기 타개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책은 유로존 은행권의 장기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스페인의 어려움을 즉각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

스페인의 집권당인 국민당 사무총장 마리아 도로레스 코스페달은 "유로존은 더 큰 재정·금융 및 정치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스페인이 강해지면 유럽도 강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정부가 은행권 위기를 막기 위해선 공공재정을 수정하거나 더 큰 규모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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