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좌초… KB금융 인수전 불참 결정

  • 금융당국 무리수 실패로 끝나, 차기 정부서 분리매각 가능성 높아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현 정부 임기 내에 처리하려고 했던 금융당국의 무모한 시도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KB금융지주가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27일 예비입찰 마감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지만 사모펀드(PEF)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유효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날 오후 3시15분부터 약 20분 동안 긴급 이사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어윤대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상임이사와 사외이사 7명 등 10명의 이사진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우리금융 인수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인수전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를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별도의 표결 절차는 없었다”고 전했다.

KB금융은 정치권과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우리금융 인수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현 정부 임기 내에 우리금융을 매각하는 데 대해 확고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차기 권력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까지 우리금융 민영화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입찰을 사실상 물 건너간 형국이 됐다.

노조의 반발도 여전하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노조가 소속된 금융노조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의 퇴진 요구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이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유효경쟁 요건을 갖추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눈에 띄는 전략적투자자(SI)가 없는 상황에서 MBK파트너스 등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해왔던 사모펀드들까지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곳 이상의 인수 희망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입찰은 자연스럽게 유찰된다.

결국 우리금융은 차기 정부에서 분리매각 방식으로 민영화가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소속의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당내에서는 우리금융을 일괄매각보다 분리매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지방은행 등 계열사들의 수익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타당한 의견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분리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금융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높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회사 임원은 “우리금융을 통째로 팔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 것보다 우량 계열사를 따로 파는 것이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최근 은행주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분리매각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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