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미국의 새 학기가 다가오고 있다. 보통 8월 마지막주나 9월 첫째주에 시작하는 미국 공립학교 학사 일정은 다음해 6월 중순 여름방학을 하면서 끝이 난다. 크리스마스에 즈음에 약 10일 정도의 짧은 윈터 브레이크(winter break, 겨울방학)도 있다. 대신 여름 방학이 두 달 반이나 된다.

새 학기가 다가오면 미국 학부모들은 바쁘다. 조만간 시작되는 며칠간의 ‘세금면제 새학기 쇼핑기간(학용품, 의류 등)’도 적극 이용해 6% 남짓의 판매세(sales tax)도 아껴야 하고,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아이의 뒤쳐진 과목도 보충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은 남는 시간을 쪼개서 이런 준비를 해야 하므로 더 바쁘다.

특파원이 보기에 가장 바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운동(sports)을 시키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속한 지역(community)이나 학교에서 하는 풋볼, 축구 등 여러 스포츠팀들이 새 학기에 본격적으로 시즌을 시작하기 때문에 벌써 워밍업이나 기초 훈련을 위한 여름 캠프에 들어갔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훈련장이나 시합 장소까지 거의 매일 차로 데려다 줘야 한다. 걸어서 도달할 수 있는 공공시설은 거의 없는 미국 교외 생활이다. 대부분의 미국 중산층 학부모들이 이런 고생을 감수하며, 아이들에게 기꺼이 자기 시간을 투자한다. 종종 카풀(car pool)을 통해 고생을 덜기도 하지만 신경을 써야 하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들의 이같은 섬세한 관심과 노력을 잘 흡수해 가장 잘 크는 아이들은 연중 내내 스포츠 활동을 하는 부류다.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미국 사회 성격상 큰 돈은 들지 않는다. 장비가 많이 필요한 스포츠는 지역 정부나 교육청이 각 사이즈 별로 구비해서 시즌마다 무료로 대여해 준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가을에 축구나 풋볼을 한다. 미국이 종주국인 풋볼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축구 인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여학생들의 축구나 필드 하키 열기는 더 높아지는 것 같다. 11월쯤 가을 시즌이 끝나면 레슬링, 수영 등 길지 않은 겨울 운동을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다 봄이 되면 라크로스와 야구 시즌이 된다.

학기가 끝나는 시점과 비슷하게 이들 종목들의 시즌이 끝나면 어떤 학생들은 휴가 모드로 접어들지만, 어떤 학생들은 럭비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다시 새 학기 가을 시즌을 준비한다. 이 와중에서 자녀들도 피로를 느낄 수도 있지만 부모들이 내야 하는 시간과 정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부모들의 온갖 정성을 받아 양육되는 아이들은 보통 학교 성적도 좋다. 일단 성적이 나쁘면 학교 스포츠팀에서 뛸 수 없을 뿐더러 부모도 시키지 않는다. 가정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성적이 몇 점 이상 안나오면 스포츠는 못한다’ 이런식으로 약속을 받아 놓고 한다. 야외 활동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미국에서 크는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부모들의 단기 최대 목표라 할 수 있는 좋은 대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근 주립대를 가더라도 장학금을 많이 받고 가게 된다. 연중 스포츠와 좋은 성적, 거기에 본인 관심과 연관된 자원봉사 활동까지 가미되면 대학 생활을 위해 완벽하게 준비된 학생으로 본다. 또한 강한 체력이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필요한 집중력 있는 공부와 연구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등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돌아오는 어린 아이들을 종종 본다. 하버드대를 거의 1등으로 졸업했다는 학생들도 있다.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우리 아이도 저렇게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 학생들이 천재처럼 공부만 잘했다면 우리 아이들의 롤 모델은 아니라는 생각에 욕심을 접었다. 오히려 잘 놀고, 운동도 많이 하고, 공부도 잘 하는 다재다능한 인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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