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업구매카드 이용 실적은 7118억원으로 전체 카드 이용액의 5.4%에 머물렀다. 10년 전인 2002년 기업구매카드 실적이 전체 카드 이용액의 14.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기업구매카드제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셈이다.
기업구매카드 실적은 2003년 전체 카드 이용액의 14.7%, 2004년 17.6%, 2005년 18.7%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 15.2%, 2010년 12.5%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8.7%로 한자릿수가 됐다.
기업구매카드란 납품업체를 통해 중간재나 자재 등을 납품받는 기업이 물품 대금을 어음 대신 지급할 수 있는 카드다. 기존의 어음 결제가 갖는 비효율성과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결제성 자금대출제도의 일환으로 2000년 도입됐다.
기업구매카드 이용이 줄어든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카드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기업구매카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구매카드를 이용하면 납품업체는 기존 어음을 이용할 때보다 3~5일 만에 납품 대금을 받을 수 있어 정부는 정책적으로 장려했었다.
그러나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밴(VAN)사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로서는 가맹점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또 카드사는 선이자 형식으로 대금의 0.2~0.3% 정도의 수익만 얻게 된다.
이에 기업과 주거래 관계에 있는 은행 계열 카드사들도 기업구매카드를 줄이고 있으며 일부 전업계 카드사들은 운영 조차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KB국민카드는 올해 1분기 기업구매카드 실적이 20여억원 수준에 그쳤으며 신한카드도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카드는 기업구매카드제를 중단했고, 현대카드나 하나SK카드도 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만 납품이 많은 유통 계열사 실정을 고려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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