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평가에서 두 곳 모두 사실상 낙제점을 받으면서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과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최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이들 신임 사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수장의 자리를 맡게 된 만큼 부담이 큰 상황이다.
서 사장은 1979년 석유공사에 입사해 런던지사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거쳐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부사장을 역임한 첫 내부 출신 사장이다.
반면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의 경우 지식경제부 자원정책과장과 에너지자원정책 본부장 등을 역임한 외부 출신 자원통으로 알려졌다. 관료 출신 CEO는 상대적으로 선 굵은 사업을 추진력있게 밀어붙일 수 있고 외풍에 강해 조직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안팎의 기류는 녹록지 않다. 앞서 석유공사는 '201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낙제점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아 자존심을 구겼다. D 이하의 경영 성적표를 받은 공공기관은 이달 말까지 의무적으로 경영컨설팅까지 받아야 한다.
광물자원공사도 감사원 평가에서 1500억원의 불법대출 등 특혜의혹을 받으며 구김살이 생겼고, 김신종 전 사장 퇴임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장 떠안아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석유공사는 내년까지 이라크 쿠르드 대형광구 탐사 시추를 추진해 상업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또 유전개발 분야의 프리미어 리그라 할 수 있는 UAE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2014년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미래 핵심사업의 필수 원료인 희유금속의 확보가 급선무다. 특히 희토류는 주요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제한으로 공급이 불안정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등으로 개발지역을 다변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 정부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선 공기업 사장이 정부가 들어선 내년 초 이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일단 양측 진영 모두 '에너지 메이저'로의 도약이라는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서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당부했다. 그는 "석유공사는 장기간 탐사에 성공하지 못해 기업으로서 본원적인 가치 창출에 실패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성장동력 상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사장도 취임식에서 "세계 톱20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패와 필승의 문화를 내재시킬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술적 역량과 팀워크를 가진 전문가집단이 돼야 하며 가치창조, 상생, 동반성장 등이 공기업을 움직이는 철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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