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서방세계와 달리 국가지도자의 건강문제를 중요한 국가기밀로 취급한다. 중국의 관영매체나 외교부 당국자들, 공산당 관계자들이 모두 시 부주석의 근황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여기에 중국정치의 폐쇄적인 특성이 더해지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게 된 셈이다.
AFP통신은 11일 홍콩중문대 정치전문가 윌리램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소식통에 따르면 시 부주석이 운동을 하면서 약간 다친것으로 추정된다”며 병원치료는 필요하지만 생명이 위독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윌리램 교수는 “현재 건강 회복 중이지만 공개적으로 활동하기엔 신체에 무리에 무리가 있어서 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콩 유명언론인 저우빙도 최근 VOA(보이스오브아메리카)를 통해 ”경미한 심장병이든 운동으로 이한 부상이든 시진핑이 병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본래 중국 공산당은 지도자의 건강 상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WSJ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 시 부주석이 불참한 일을 두고 "국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시 부주석이 수영을 하다 허리를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동안 시진핑 부주석의 부재를 두고 크게 두가지의 추측 보도가 터져나왔다. 한가지는 정치적인 변고로 인한 부재설이었고 두번째는 건강상의 문제로 인한 부재설이었다. 미국의 중문사이트 보쉰(博迅)닷컴은 시 부주석이 교통사고를 당했으며 배후 세력으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를 지목했었다. 하지만 보쉰닷컴은 두차례나 정정보도를 내고 "시진핑이 최근 18대 당대회 준비로 매일 15시간 이상 일해오다 과로로 요양중이며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더해 홍콩 빈과일보는 ‘플랜B’를 제기하며 차기 총서기직엔 리커창(李克强)이, 총리직엔 왕치산(王岐山)이 임명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홍콩 시사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시진핑이 18대 정치국 상무위원 선정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변고가 발생했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힘들다.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는 예정대로 러시아 순방일정을 마쳤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역시 톈진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다. 이 밖에도 리커창 상무부총리나 왕치산 부총리 등도 계획대로 정치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07년 사실상 차기 총서기로 지명된 이래 5년동안 후계자 행보를 걸어왔던 시 부주석이 정치적으로 낙마했다면 중국 주요 지도자들이 이같은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관측이다.
게다가 시 부주석은 모습을 감추기 바로 전까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수교 2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등 후계자로서의 행보를 정상적으로 지속해 왔었다. 또한 10일자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에는 시진핑의 지난 1일 중앙당교 개교 연설내용이 헤드라인으로 실려 그의 ‘건재’를 과시하는 뉘앙스를 내비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시진핑 부주석의 중병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병에 걸렸다는 것은 시 부주석이 차기 공산당 총서기는 물론 국가주석에 취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음을 뜻한다. 이럴 경우 일각에서 제기한 '플랜B'가 가동되야 하는 것이고 이는 중국 정치지형의 근본적인 지각변동을 뜻한다. 이같은 과정에서도 역시 주요 지도자들의 정상적인 행보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시 부주석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을 뿐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최근 중국 지도부 측근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이 수영하던 중 등에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시진핑이 ‘경미한 심장병’으로 요양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홍콩의 언론인인 저우빙 역시 “수상쩍긴 하지만 그 동안 시진핑의 권력승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없었고, 또한 그를 끌어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력도 없어보인다”며 권력투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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