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케이팝 넘어 이제는 케이마켓(K-Market) 꿈꾼다"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 사람들을 노래하고 춤추게 만들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퍼포먼스로 세계 시장에 문을 처음으로 두드린 케이팝(K-POP)은 강남스타일로 그 문을 활짝 열었다.

아시아를 비롯해 아랍권까지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이 한국 드라마를 매주 챙겨본다. 점점 거세지는 한류에 몸을 싣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간접적으로 접하던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한국을 찾는 것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경복궁, 남산 등 도심 관광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전통시장으로 외국인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우리 음식을 먹고, 우리 물건을 구경하면서 진짜 한국 문화와 생활을 엿보기 시작한 셈이다.

시장경영진흥원(시경원)이 조사한 '전통시장 인식 조사'에 따르면 방문했던 외국인 가운데 약 90%는 재방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대문시장은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찾는 전통시장의 좋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외국인 손님이 항상 북적거리고 손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남대문시장의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게 매출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통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과 일부 시장에서 보이는 이런 현상은 세계인을 사로잡을 관광 상품으로서 전통시장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 전통시장은 케이팝에 더하여 케이마켓(K-Market)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경원은 우리의 전통시장이 제2·제3의 남대문시장이 되도록 각 시장의 특색에 맞춰 꾸준히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외국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장을 선택해 갈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한 것이다.

시경원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통시장의 역사를 배우고 음식을 시식하며, 전통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등 전통시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 약령시·남대문시장·부산 국제시장·속초 관광수산시장 등 각 지역의 특색있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재미있는 미션을 통해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한국의 전통적인 풍경과 한국인의 정(情)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체험 프로그램은 각 시장의 먹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즐길거리를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매년 가을에 개최되는 전국 우수시장박람회 역시 우리나라 시장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밖에도 전통시장 글로벌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기본 정보·유래·대표 먹거리·특산품 등의 내용을 담은 가이드북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근 관광지와 특산품 코스를 동시에 계획,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늘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한동안 대형마트와 쇼핑몰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에게 외면 받았던 전통시장이 이제는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단순한 물품 구입 공간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먹거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관심이 가장 필요하다.

우리의 생활과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장소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전통시장에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의 케이팝처럼 케이마켓도 불가능한 현실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