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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오른쪽)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SK그룹이 이처럼 최근 수년동안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잇따라 경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태원 SK 회장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신개념 R&D’ 덕분이라는 게 산업계의 평가다. 최 회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사업화를 목적으로 하는 신개념 R&D가 중요하다”며 “기술력이 뒷받침되면 수출과 글로벌 영토 확장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SK그룹 제조업 계열사는 최 회장의 R&D를 통한 수출경쟁력 확보 정책으로 지난해 45조5000억원의 추정 수출 실적을 기록, 전년 대비 무려 57.5%나 늘어나는 쾌거를 기록했다. SK 각 계열사들의 R&D 성과들이 잇따르면서 요소요소에서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초 다량의 염분이 함유된 원유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유수분리 기술을 개발했다. 고염분의 원유는 정제가 어려워 일반 원유보다 싸게 거래되지만 기술력이 없는 정유회사는 상대적으로 비싼 일반 원유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수출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SK에너지는 이번 유수분리 기술 개발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게 돼 종전보다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에 고염분의 원유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SK에너지는 이번 기술로 저렴하면서도 운송비도 적게 드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SK 관계자는 “SK에너지는 이번 고염분의 원유 정제기술 외에도 고칼슘의 원유, 고산도의 원유 등의 처리기술을 개발한 바 있어 이른바 ‘처리제약 원유’의 정제기술을 대부분 확보하게 됐다”면서 “처리제약 원유 정제기술은 안정적인 원유 확보를 가능케 해 수출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에너지 안보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초고점도지수 윤활기유 제조공정 기술을 개발, 세계 23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초고점도지수 윤활기유는 열대지역과 같은 고온지역이나 시베리아 같은 극한지역에서도 일정 수준의 끈적이는 점도를 유지하는 제품으로, 프리미엄 윤활유의 원료가 된다.
SK종합화학은 지난 2010년 말 세계 최초로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분해공장을 완공했다. SK종합화학이 개발한 ACO 공정은 촉매를 사용해 나프타 분해 속도를 높임으로써 기존 열분해 방식보다 낮은 700도 안팎에서 나프타를 쪼개 화학 원료를 얻을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종전보다 수익성이 25% 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게 SK종합화학의 설명이다.
SK종합화학은 ACO 공정기술을 지난해 10월에 중국 산시성 옌창석유화학에 수출했다. 기술개발로 기존의 수출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기술 자체를 수출하는 1석2조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SKC는 지난해 상반기에 생분해성 양방향수축필름 등 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생분해성 양방향수축필름은 옥수수를 원료로해 만든 필름으로, 온·습도만 맞으면 4시간만에 완전 흙이 되는 필름으로, 수축성까지 더해져 제품 포장시 더욱 잘 밀착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SKC는 이 같은 필름 및 화학제품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에만 역대 최고치인 3977억원을 수출했다.
IT부문에서는 SKC&C가 다양한 기술개발에 매진하며 글로벌 토털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실제 2005년 6억원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액은 지난해 942억원을 기록하며 157배의 높은 해외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해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512억원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SKC&C가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다. 지난해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 중 스마트 플레이스, 스마트 트렌스포테이션, 스마트 리뉴어블 등 3개 부분을 도맡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분야 및 에너지 저장장치용 EMS를 개발해 검증을 완료했다. 지난 7월에는 강릉시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스마트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EMS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SKC&C는 친환경 전기차의 핵심 시스템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스마트그리드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인 첨단에너지검침인프라 기술도 개발 중이다. BMS는 전기차 및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 공통기술로 2차전지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배터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SKC&C는 SK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집이나 빌딩, 신재생 발전용 에너지 저장장치분야의 BMS와 전기차용 BMS 등을 개발하고 있다.
SK는 처음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둔 R&D체계를 활용해왔다. ‘연구만을 위한 연구’를 벗어나 초기부터 사업화를 최종 목표로 두고 연구개발에 나서는 개념이다. 이러한 체계가 R&D 성과가 잇따르는 비결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하고 있다.
최 회장은 “M&A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쟁사 보다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술과 R&D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만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프로덕트를 생산해내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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