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패트롤> LG가 살아나야 한국 경제가 산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LG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연말 임원 인사를 실시하면서 내세운 화두는 철저한 성과주의였다. LG전자 세탁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1위로 이끈 조성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번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구본무 LG 회장은 이달 열린 업적보고회에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완성도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품질 강화를 위한 투자 및 기술개발을 통해 1등을 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영방침은 이번 인사에 오롯이 반영됐다. 조 사장을 비롯한 승진 대상자들은 모두 맡은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인물들이다.

LG가 성과에 집착하는 이유는 최근 수년간 실적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1조177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3분기에만 기록한 영업이익 8조1200억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LG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결과다. 다행히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등 다른 계열사들의 경영성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다 LG전자도 ‘계륵’과 같은 존재였던 스마트폰 사업부문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내년 이후 반전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

LG의 부활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1980~1990년대 일본이 글로벌 전자산업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소니와 더불어 파나소닉·샤프 등 선의의 경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일본 전자산업을 세계 최고로 이끌었다. 당시 일본에 소니밖에 없었다면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메이드 인 재팬’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 D램 반도체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또 올해 사상 처음으로 브랜드 가치 기준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삼성의 전성시대다.

문제는 삼성의 외로운 독주가 오래될수록 한국 전자산업의 위기도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LG의 분전이 필요한 이유다. 소니와 파나소닉, 도요타와 닛산처럼 각 산업부문을 이끌 리딩 컴퍼니가 많아질수록 국가 경제도 튼튼해진다. LG가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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