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응답하라 111"…나는야 3D 간첩 '홍보맨'

금융부 장기영 기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홍보팀에 가르쳐주면 또 언론에 새나간다고, 이 부서도 저 부서도 다 간첩(?) 취급해요.”

올해로 간첩생활 10년차인 한 보험사 홍보팀 A 차장은 오늘도 기자가 주문한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다 핀잔만 듣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는 A 차장에게 돌아오는 건 조카뻘 기자의 으름장뿐이다.

A 차장과 같이 내부에 오른쪽 뺨을, 외부에 왼쪽 뺨을 내어주는 홍보맨들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간첩’이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술 냄새를 풍기며, 사무실에 들어서는 간첩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회사 법인카드를 긁고 다니면서 비싼 음식이나 먹으러 다니는 게 홍보팀이란 비아냥은 뒷목을 더욱 뻐근하게 만든다.

아는 사람이라곤 고객이 전부인 양반들이 성치 않은 간으로 원치 않는 갑(甲), 을(乙) 역할놀이를 하고 돌아온 간첩의 속내를 알 리 없다.

기자들의 송년회를 준비하기 위해 얼어붙은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장소 섭외에 나선 또 다른 보험사 홍보팀 B 대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기자들의 취향과 회사의 예산을 동시에 따저봐야 하는 B 대리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조간신문 스크랩 당번인 B 대리는 내일 아침은 또 어느 부서에서 간첩신고 전화 ‘111’ 버튼을 누를까 전전긍긍이다.

같은 시간 지방에 처와 자식을 떼어 둔 국내파 기러기 C 부장도, 기자에서 홍보맨으로 변신한 D 과장도 뜨거운 입김에 한숨을 포갠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들을 괴롭히는 기자이자, 업계의 고락을 같이 하는 동지에게 홍보맨의 일상은 남 일 같지 않다.

지난 한 해 본 기자의 밥벌이에 희생양이 되어 ‘3D 간첩’으로 전락한 홍보맨들의 노고에, 모든 힘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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