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결혼한 한 모씨(34세, 여)는 당시 신혼집으로 전세 아파트를 얻었다. 전세금 1억8000만원 중 9500만원을 대출받은 상황. 그는 현재 남편과 맞벌이를 해 월 순수입이 300만원 정도지만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대출금만 150만원이 지출돼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부부가 생활비도 충분치 않아서 아이를 낳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아이를 키우려면 양육비 뿐 아니라 둘 중 한명이 회사를 휴직해야 하는데 수입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 일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황 모씨(45. 여)는 지난해 9월부터 적자에 시달리다 제2금융권에서 자영업자 대출 2000만원을 받았다. 고깃집 운영을 그만할까라고 생각하는 그는 임대료와 직원급여, 전기세 등 고정비용에 경기불황으로 매출은 급감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떻게든 가게를 살려보려고 버텼지만 남은건 빚 뿐이라며 한숨을 내쉈다. 그는 “1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뒤 상대적으로 이자가 비싼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때문에 이자가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며 “생계가 막막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최근 이들처럼 경기불황으로 갈수록 소득은 줄어든 반면, 대출금 상환에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더불어 일자리 부족 현상 등으로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 부실화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평균 부채액은 9660만원으로 급여소득자(5500만원)의 2배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빚을 진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은 지난 2009년 8월 39%에서 3년 만에 44%(8월 말 기준)까지 치솟았다.
무역 1조 달러 2년 연속 달성과 세계 무역 8강 진입 등 어려움을 이겨낸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준 이면에 2%대 저성장과 60%를 턱걸이한 20대 경제활동참가율, 1000조원대 가계부채는 우울한 자화상이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나오는 가계부채 관련 공약은 정치적인 의도에서 급하게 도입되었다”며 “보다 튼튼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려면 대선 이후 정치적인 부담 없이 국민의 공감대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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