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동반성장과 진정성

  • 송광해 CJ푸드빌 프랜차이즈 사업본부장

노블리스 오블리제.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로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곤 한다.

최근 동반성장이 화두다.

경기가 어려워 지면서 양극화가 더욱 진행돼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며 국가 정책적으로 시급히 풀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거창한 구호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처럼 가진 자의 배려와 양보심, 즉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손해를 잠시 보더라도 향후 함께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동반성장이다.

동반성장과 관련해 제과(빵) 부문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핫 이슈이다. 필자가 소속된 뚜레쥬르(2011년 가맹점수 1281개)도 시장 1위 사업자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3095개)와 함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논란의 핵심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인해 동네빵집이 피해를 보았느냐에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는 자영업자이자 소상공인이다. 알고 보면 같은 동네빵집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한제과협회는 프랜차이즈의 공격 확장 때문에 동네빵집이 어렵게 됐다고 맞서고 있다.

사실 어느 누구 주장도 틀리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해법을 찾는 것이다. 뚜레쥬르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스스로 확장자제를 선언한 바 있다. 1위 사업자를 건전하게 견제하고 경쟁해 그 과실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2위 사업자가 먼저 확장 자제를 선언하는 데는 많은 고심이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1위 사업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실적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꼼수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여론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뚜레쥬르의 확장자제 선언은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동반성장을 통해 베이커리 생태계를 건전하게 회복시키자는 취지이다. 이에 프랜차이즈이든 동네빵집이든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공존해 보자는 나름대로의 해법 찾기였다.

제과 부문의 실질적인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진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한쪽을 묶어두기 보다는 서로를 엮어 시너지를 내고 균형감을 찾도록 하는 게 더 큰 동반성장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동안 프랜차이즈업이 창업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순기능도 무시돼서는 안된다.

특히 골목상권 베이커리의 건전한 생태계 회복은 동반성장을 위한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한다.

황소 개구리처럼 생태교란종이 토종 개구리를 몰아낸 것은 반면교사에 해당한다. 동네빵집이 지목하는 황소 개구리는 같은 자영업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형마트도 아닌 공격적인 매장 확대 정책으로 동네빵집에 인접 출점해 불공정 경쟁을 일삼는 자(者)라는 것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빵을 만드는 사람들은 선하다고 한다.

그래서 파티셰 간에는 대화가 곧잘 통한다. 프랜차이즈와 동네빵집 모두 빵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2013년 새해는 차가운 빵이 아닌, 진정성이 듬뿍 담긴 따뜻한 빵을 만들어 보기를 희망해 본다. 고객들도 진정성 있는 빵집을 더욱 자주 방문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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