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첫 데뷔' 윤창중, 호된 신고식

  • '밀봉봉투' 속 '깜짝인사'…모호한 답변으로 빈축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저도 밀봉해 온 것이기에 이 자리에서 발표 드린 것이다."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27일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을 발표한 뒤, '오늘 발표된 명단은 박 당선인으로부터 언제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구체적인 시간을 말씀드리긴 그렇다"면서 남긴 답변이다.

자격 논란으로 인해 야당으로부터 '임명철회' 요구를 받고 있는 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호된 대변인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오후 2시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로 들어와 단상에 오르자마자 스카치테이프로 밀봉된 서류봉투를 열고 인선 내용이 담긴 A4 용지 3장을 꺼내 인선안을 읽어 내려갔다.

종이에는 이날 발표된 14명의 이름과 직책, 전직, 인선배경 설명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문제는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시작되면서 발생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명단 안에 이름을 지금 봤나' '명단 밀봉은 누가 했느냐'라는 질문에 "인사에 있어서 보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지금 여러분 앞에서 공개를 했다.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명단을 제가 봉투로 밀봉해서 가지고 왔다"고 답했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인수위 발표가 무슨 시상식이냐"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서 "전문성과 국정운영 능력, 애국심과 청렴성을 기준으로 지역에 상관없이 인재를 모실 것이며 규모는 작지만 생산적인 인수위를 구성할 것"이라는 인선 배경 설명 중 '애국심'이라는 단어에서는 여기저기서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인수위와 국민대통합위원회·청년특별위원회의 조직 관계, 2차 인수위 발표 시점 등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문제로 혼선이 이어지자 윤 수석대변인은 다시 기자실로 내려와 보충설명을 했지만,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윤 수석대변인의 브리핑과 관련해 "대변인은 기자 앞에 서기 전에 당선인에게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내용에 대해 숙지한 상태로 와야 한다"면서 "국민을 대신해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 것인데 대변인이 잘 알고 와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박사는 "실수할까봐 조심하는 것은 알겠는데 '밀봉한 채로 와서 나도 지금 뜯어본다. 인사는 보안이 중요하다'고 말할 거면 뭐 하러 (대변인을) 그런 사람을 시키느냐"고 비판했다.

박 당선인의 '깜깜이 인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윤 수석대변인의 발표 전까지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카더라 통신' 수준의 하마평이 쏟아졌을 뿐 정확한 인선 내용을 아는 인사가 없었다.

당선인 대변인단 역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오후 4시 전까지는 발표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발표 시간조차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언론들이 인수위원장은 탈영남 인사 중에서도 호남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는 바람에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는데도 그동안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다. 김 인수위원장의 출생지는 서울이고, 본적은 충남 부여다.

발표 직전에는 김원길 전 의원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놓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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