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 처음으로 지난 4일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을 파견한 일본 정부에 이어 중국 정부도 9~11일 장즈쥔 외교부 부부장을 정부 특사 자격으로 한국에 파견한다.
중·일 양국이 앞다투어 고위급 특사단을 파견한 것은 동북아 패권경쟁 속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 등 영토분쟁으로 인한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도 중국과 일본이 고위급 특사를 파견했지만 올해는 2008년에 비해 시기를 일주일가량 앞당겼다.
일본으로서는 한·미·일 3각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선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 아베 총리 특사단이 박 당선인 면담에서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 중 한국을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서 중국을 의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일 양국이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은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보다 일본과 공통점이 많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특사단을 파견하고 일본 측이 주장하는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 행사의 국가행사 승격을 유보하는 등 한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이자 차기 외교부장으로 유력한 장즈쥔 외교부 부부장을 9~11일 정부 특사로 파견키로 했다.
장 부부장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박 당선인과 면담에서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 특사가 면담에서 한·중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서 공동대응할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 반관영 신문인 중국신문망의 한 수석기자(대기자)는 "(중국은)차기 한국 정부와 눈앞에 산재한 큰 문제는 없다. 지금처럼 잘 유지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좀 다르며 특히 영토, 역사문제에 대해서 중국은 일본에 종전과는 다른 강도의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외교공약에서 한·미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영토분쟁을 겪는 중국과 일본의 한국 잡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의 주요 외교과제는 중·일 갈등 속에 한·중, 한·일 관계를 어떻게 꾸려나갈 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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