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아파트, 비싼 전셋값… "가까운 곳에 집짓고 살겠소"

서울 근교 전원주택 몸집 줄이고 가격 낮춰<br/>공급지역도 수도권 중심지…투자 때 유의할 점도 많아

서울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 수준으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수도권 도심형 전원주택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전원주택 단지 전경. [사진제공 = 브레인웍스]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요즘 부동산시장에서는 집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 바람이 거세다. 1~2인 또는 3인 가구가 보편화되고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작은 집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전원주택은 분양 면적이 200~300㎡에 달하는 큰 집이 대부분이었다. 대형인 만큼 분양가도 10억원을 넘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전원주택이 달라지고 있다. 몸집을 줄이고 가격도 낮췄다. 전용면적 85㎡짜리 등 중소형 주택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분양가도 3억~4억원 수준인 전원주택이 적지 않다.

공급 지역도 도심 쪽으로 회귀하고 있다. 강원도 등 서울에서 차로 4~6시간 걸리는 곳보다는 수도권에 많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회사원 박동열(34)씨는 얼마 전 서울 강남에 있는 전원주택 전문업체를 찾았다. 상담 끝에 그는 현재 거주하는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3억5000만원)으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전원주택 한채를 짓기로 결정했다. 직장인 서울 강남권까지 광역버스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어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학교가 멀지 않아 아이들 통학도 쉽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값 비싸고 답답하기만 한 서울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수요자들이 수도권의 저렴한 도심형 전원주택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원주택 전문업체인 (주)브레인웍스 허재석 대표는 "대중교통과 캠핑문화의 발달로 전원생활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려는 새로운 수요층이 형성되고 있다"며 "은퇴를 앞둔 50대 베이비부머는 물론 자연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30~40대를 중심으로 서울 근교에 전원주택을 장만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수도권 도심형 전원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착한 가격'이다. 과거 수십억원에 달하던 고급 전원주택은 일반인들이 꿈도 꾸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선 3억원대 중저가 전원주택이 많아졌다.

용인시 일대에서 공급 중인 도심형 전원주택의 토지 분양가는 3.3㎡당 130만원선이다. 건축비는 3.3㎡당 400만~500만원대다. 대지 430㎡에 100㎡짜리 집을 짓게 되면 약 3억원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서울의 웬만한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 또는 수도권 인기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전원주택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젊은층의 전원주택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대형 위주로 공급하던 트렌드도 실속 위주로 변했다"며 "서울 출퇴근과 자녀 교육이 가능한 실속형 도심형 전원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방법은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는 방식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다. 지열난방시스템이나 태양광 설치 때 정부로부터 설치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도시 아파트 대비 40% 이상 관리비 절약도 가능해 유지관리 비용도 적은 편이다.

수도권 광역버스 교통체계와 지하철 개통 등으로 서울 접근성도 크게 개선됐다. 경기도 곳곳에는 혁신·대안학교 등도 속속 들어서 학부모들의 교육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이렇다보니 전원주택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남양주·광주시와 양평군 등 서울과 가깝고 도로가 잘 발달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원주택 부지 매입 문의가 활발한 편이다.

이 중에서도 3억원대면 매입할 수 있는 도심형 전원주택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대용E&C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호동에서 '라움빌리지'가 분양하고 있다. 분양가는 3.3㎡당 130만~150만원 선. 화성시 활초동에서는 전원주택 '가르텐힐'이 분양 중이다. 3.3㎡당 분양가가 130만원이다.

도심형 전원주택은 자연 환경이 좋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는 게 장점이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지 않아 대출이 비교적 자유롭고 계약 즉시 전매도 가능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실수요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전원주택의 경우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수요층이 엷은 탓에 웃돈이 잘 붙지 않는 곳이 많다"며 "전원주택 구입에 앞서 입지 여건이나 분양가 적정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