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플레이어는 세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볼이 움직이고 있을 때 그 볼을 쳐서는 안된다.
세 경우는 △티에서 떨어지는 볼 △한 스트로크에 볼을 두 번 칠 때 △물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볼 등이다. 따라서 짧은 퍼트가 빗나가 홀을 지나 움직이고 있을 때 퍼터로 쳐서 홀아웃하면 2벌타가 따른다.
‘스윙 머신’으로 불리며 1980년대 후반∼19990년대 초 세계남자골프계를 풍미한 영국의 닉 팔도는 2001년 한양CC에서 열린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2라운드에서 어이없는 플레이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세계적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무성의와 골프규칙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커트오프되고 말았다. 거액의 초청료(당시 15만달러)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문제가 된 곳은 10번홀(파3). 그의 버디 퍼트가 홀을 비켜가며 50cm정도 지나쳤다. 퍼트 부진에 시달리던 팔도의 짧은 파 퍼트도 홀을 살짝 외면했다. 열을 받았을 법한 팔도는 약 15cm 거리의 보기 퍼트를 긁어내는듯한 동작으로 쳤다. 누가 보아도 성의없는 스트로크였다.
그런데 그 볼도 홀을 비켜가자 퍼터 헤드를 홀 반대편에 막아세웠다. 굴러가던 볼은 퍼터 헤드를 맞고 홀속으로 들어갔다. 외견상 팔도의 스코어는 1온4퍼트로 더블 보기(5타)다. 그렇지만 골프규칙은 움직이고 있는 볼을 플레이하면 2벌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팔도의 그 홀 스코어는 2벌타를 추가해 7타(4오버파· 쿼드러플 보기)가 돼야 옳다. 그런데 그의 마커인 앤서니 강은 팔도의 행위가 1벌타인줄 알았다. 그래서 스코어 카드에 6으로 적었고 팔도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나중에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경기위원에게 문의해 2벌타로 수정했다. 팔도는 그날 3오버파, 2라운드합계 3오버파 1백47타로 탈락했다.
2005년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 17번홀 그린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데이비드 톰스(미국)가 그린에서 구르고 있는 볼을 스트로크한 것이다. 그는 꺼림칙했던지 2라운드 직전 경기위원회에 신고했다. 움직이고 있는 볼을 쳤으므로 2벌타를 부과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스코어를 기록한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탓에 실격통보를 받았다. <골프규칙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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