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뱅가드 펀드의 종목 교체가 시작된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FTSE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종목 비율은 23% 이상 감소했다. 같은 시기 엔화 약세 현상까지 겹치면서,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가증권시장을 빠져나갔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증시의 호황 속에서도 한국 증시가 유독 약세를 면하지 못했던 이유다.
뱅가드 사례처럼 최근 펀드의 운용 기준이 되는 지수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가증권시장의 대표 종목 200개로 구성된 '코스피200' 지수가 대표적이다.
코스피200은 국내 간접 투자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최근 출시되는 파생상품이 대부분 코스피200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추종하는 투자상품이 많다보니 코스피200에 포함되는 기업은 실적 등과 관계없이 주가가 오르는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등 투자자금이 몰려 주가 상승과 거래량 증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코스피200 편입이 결정된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편입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30% 가까이 올랐다.
이에 코스피200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갈수록 간접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지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연태훈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는 100여개에 이르는 각종 지수들이 있지만, 간접 투자상품 대부분이 코스피200만을 추종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코스피200에 포함되는 것만으로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상관없이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의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 위원은 이어 "우리나라의 지수연계 투자 비중은 아직 상대적으로 낮으나, 유동주식 비중도 낮기 때문에 벤치마크 지수의 영향력이 클 수 있다"며 "향후 코스피200 등의 구성 및 편입 또는 제외 절차 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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