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외국계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내줬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 설 땅을 잃은 한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동반위의 이번 역차별 정책이 국내 외식시장을 외국계 기업들에게 내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또 내수 시장에서 기반을 잃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선전을 펼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적용으로 외국계는 제외 ‘꼼수’
26일 동반성장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식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음식점업 동반성장협의회는 최근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외식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를 넘는 전문 업체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한 규정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외식전문 기업이라 하더라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적용에서 제외된다.
즉 CJ푸드빌과 같은 국내 대기업은 확장 자제가 유효하게 되고, 외국계 업체는 제외가 되는 셈이다.
예외를 인정하면 총 34개 규제 대상 기업 중 외국계 기업은 우선 확장·진입 자제 적용에서 빠진다.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등을 운영중인 더본코리아도 제외될 전망이다.
그러나 CJ푸드빌, 롯데리아, 이랜드파크 등 대기업 계열사는 외식업 비중이 높지만 상호출자제한 대상이어서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 중견업체들은 외식업 비중이 기준에 미달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예외 규정은 결국 통상 마찰 등을 고려, 외국계 외식업체를 규제에서 빼내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외국계 외식업체를 적용에서 제외하려다가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기준만 바꿔 대상에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마땅한 규제 방법이 없는데다 통상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예외 조항으로 제외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반위는 논의 초기 외식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서면 특별한 구분 없이 외식 전문기업으로 인정, 적합업종 규제에서 열외로 놓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소상공인의 반대로 합의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으로 커온 전문 업체를 예외해주기 위한 취지라면 수긍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정책은 사실상 외국계 기업에 대한 배려를 위해 생겨난 ‘꼼수’에 불과해 관련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자리 잃은 토종업체 해외서 생존 모색
상황이 이렇자 사면초가에 빠진 토종 외식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또 제빵업종에 대한 사업확장도 제한됨에 따라 관련업체들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더이상 사업 확장이 힘들어기졌기 때문이다. 이에 갑작스런 해외 시장 확장으로 재정적 부담을 안은 기업들에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뚜레쥬르, 빕스 등 제빵과 외식업 모두 제한을 받은 CJ푸드빌은 해외 공략 올인 전략으로 가닥을 잡고 우선 실탄 마련 위해 힘을 비축하는 모습이다.
당초 목표를 높여 2017년까지 중국 3500개를 포함해 전세계 1만개 매장 진출 계획이다.
국내 1위 제빵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중국·미국·베트남 외에 캐나다·인도네시아·중동 직영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과포화되고 거리제한까지 받게된 국내 제빵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공략이 더욱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기적합업종에 지정 안됐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거리 제한 걸린 커피·치킨전문점 등도 국내에서 짐을 싸고 있다.
미국과 중국, 필리핀에 진출한 카페베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케덴그룹과 손잡고 수도 리야드의 번화가에 매장 오픈을 상반기에 오픈해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탐앤탐스는 올해 동남아시아와 미주 지역에 집중, 올 상반기 일본 오사카에 진출하는 한편 태국에 14호점을 열 예정이다.
BBQ도 국내 시장에서 성장이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첫 흑자를 낸 중국을 포함해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판로를 확대. 지금까지 싱가폴, 브라질 등 30개국에 350개 매장을 연 BBQ는 5년간 해외에 직영점을 추가로 500개를 더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해외 진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수 기반을 잃은 기업들이 사실상 해외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활성화돼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실탄이 마련될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사업 확장이 힘든 기업들이 해외사업을 위한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향후 부작용도 점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