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7일이 지난 13일에도 막판 쟁점인 방송업무 이관문제에 대해 극명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대치했다.
당초 이번주 협상을 재개하면서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야 원내지도부의 '강 대 강 대치'로 오히려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타협·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부적격론이 제기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정국은 실타래처럼 꼬여버렸다.
◆상호 비방 등 여론전 격화
새누리당은 북한 도발에 따른 국가비상상황임을 적극 부각하면서 조속한 정부조직 개편 압박에 나섰고,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긴급한 국정상황 고려 원칙 등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4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국정 논의는 장사꾼의 협상과 달라야 한다"면서 "구태의연한 정치적 기교를 부리는 것은 진실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중진의원들은 현 상황을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규정,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한 직권상정 등 당 지도부와 국회의장단의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한 점을 거론하며 "마치 야당이 발목잡기를 하는 듯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비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마지막 1%의 합의만 남겨두고 있으나 대통령과 여당이 최후의 힘겨루기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대통령은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브레이크를 걸고, 여당은 버티면 된다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黃-李 갈등'…새누리당, 자중지란 양상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을 이끄는 황우여 대표와 협상권을 가진 이한구 원내대표가 갈등의 중심이다.
황 대표가 민주당 문 위원장과 만나 협상 재개를 하려 하자, 이 원내대표가 국회 몸싸움을 방지하겠다며 황 대표가 주도적으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위헌소송 제기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황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고 학교폭력 대책만 거론했다.
이 가운데 지도부 총사퇴 의견도 나왔다. 정몽준 의원은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쯤은 정부조직법을 일단락짓고 안보위기에 대처하는 게 국민적 상식"이라며 "야당도 문제지만 우리 새누리당도 문제 없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지도부는 총사퇴한다는 각오로 책임감을 갖고 현 사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의 발언과정에서 이 원내대표가 옆자리의 이혜훈 최고위원과 다른 말을 했고, 이에 정 전 대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제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인제·송광호 의원은 개정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토록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경필 의원은 그러나 "국회가 아무일도 못하고 있는 것과 국회선진화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역대 직권상정이 많았지만 한 번도 정부조직법, 선거법, 임명동의안을 놓고는 몸싸움을 한 적이 없다. 여야 합의 없이는 처리할 수 없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남 의원은 "쟁점법안은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논의를 하고 나머지는 빨리하자는 게 바로 선진화법 정신"이라며 "전혀 상관없는 정부조직법을 선진화법으로 돌리는 데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은 지금 상황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