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 금지 불씨 살아나나?

  •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차명거래 금지 제안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대통령 선거 당시 여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에서 차명거래 금지를 제안한 사실이 19일 확인돼 새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될지 주목된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지난해 내놓은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 ‘지하경제의 실상과 양성화 방안’에서 차명거래 금지를 적극 주장했다.

보고서는 금융실명제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이전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했던 지하경제 규모는 1990년대 들어 25%가량으로 축소됐다. 이후 2008년에는 17.1%까지 내려갔다.

이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로 금융거래의 투명도가 높아진데다 소득공제 확대로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이 늘어난 결과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다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허용돼 상당수 지하경제 행위가 차명 금융거래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즉, 차명계좌에 범죄 수익이나 사업소득을 숨기는 행위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미국은 금융기관이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게 돼 있어 타인 이름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타인 명의의 계좌로 입출금을 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금세탁이나 법령 위반의 의심이 있는 금융거래로 인식된다. 지하경제 행위로 얻은 소득을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것이 봉쇄된 셈이다.

우리나라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중대범죄로 얻은 자금을 거래하는 것으로 의심되면 이를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경제 행위로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 전부를 신고대상으로 하지 않고, 차명거래를 직접 겨냥한 규정도 없어 금융기관이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지하경제 자금의 은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차명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불법 차명거래는 민사법적으로도 무효화하는 취지로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의 국세청 통지 강화 △납세자 교육 △국세청 전자거래 분석능력 제고 △현금영수증 소득공제 확대 △자발적 신고자 일시 사면 등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선진국 수준인 GDP의 10%가량으로 줄어들면 과세 대상에 편입되는 지하경제 소득은 연 14조3000억원, 세수는 연 2조9746억원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차명거래 금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2010년 말에도 차명계좌, 명의신탁 등 금융실명제의 문제점을 검토해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여러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다 동창회 계좌 등 선의의 차명거래를 걸러내기 어렵고,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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