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송종호 기자= 박근혜 정부가 경제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창조경제'를 제시하면서 통섭형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기초분야인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가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정부의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방침에 적극 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문학적 창의성과 이공계 기술을 겸비한 통섭형 인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이 인문계 전공자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변신시키기 위해 도입한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가 대표적인 사례다.
◆ 소프트웨어 기술에 인문학을 입혀라
창조경제를 실현할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ICT기술과 과학기술에 문화예술과 인문학을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계와 이공계의 장점을 두루 갖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 이공계 출신 엔지니어 중심의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로는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이 창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환수 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전공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2000년대 이후 10년 이상 엔지니어 중심으로 발전했다"며 "소프트웨어 기술에 다양한 지식과 감성을 입히기 위해서는 통섭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내정자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편화해 젊은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앞서 국가미래연구원 재직 시절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100개 대학에서 매년 100명씩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컴퓨터 활용 및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교양과목으로 가르쳐 대학 졸업자들이 프로그래밍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 재도약을 위한 육성 지원프로그램을 실행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얽매이지 말고 통섭형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인 이충희 박사는 "창조경제 사회의 소프트웨어를 고민할 인문사회 연구를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본래의 목적에 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선도형 연구개발 체제를 갖춰 창조경제의 기반을 성공적으로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삼성 통섭형 인재 육성 시도, 전문가들 “고무적”
통섭형 소프트웨어 인재에 대한 갈증은 기업들이 더욱 심하다. 삼성과 LG 등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들은 그동안 하드웨어 측면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최근 이공계 중심의 기업 발전과정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조직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한데, 최근 들어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들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올해 공채부터 인문계 전공자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채용하는 SCSA 전형을 도입했다. 인문계 출신 지원자들에게 6개월 동안 960시간에 달하는 강도높은 교육을 시켜 실무형 인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김선정 한림대 유비쿼터스컴퓨팅과 부교수는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인재로 양성하는 것은 콘텐츠 개발이나 기획부문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교수는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합이 이뤄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조주봉 라온시큐어 화이트햇센터 팀장은 "일반적으로 인문계 학생들은 이공계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며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소프트웨어를 바라볼 수 있다"며 "이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제품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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