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북한의 이이제이 전술에 말려든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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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0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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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봉철 기자=개성공단을 볼모로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압박성 행태들을 보면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사자성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적을 이용해 다른 적을 제어함을 이르는 뜻을 지닌 이이제이는 중국의 외교전술 중의 하나로 꼽힌다.

당나라가 삼국시대 때 신라를 이용해 백제가 멸망하자 다시 신라와 고구려를 싸우게 만들어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데 일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북한이 만약 이이제이 전술을 의도했다면 최소한 우리 정치권에는 제대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대북특사 파견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해결될 국면이 아니다"라며 냉철한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더욱 안타깝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개성공단은 남북 상생·평화의 상징으로 10년간 있었는데, 이를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파탄내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 문제는 정정당당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대북특사 파견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주장도 논리적으로 이해는 간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성공단 운영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합의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공단 재개 혹은 북측의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경제적인 출혈을 감수해야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상식적으로 북한이 순순히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본다.

개성공단의 9년간 생산액은 20억 달러 정도다. 경제적 손실보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언제든지 개성공단을 볼모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개성공단 철수 등 그 어느 때보다 정부당국의 강경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단을 다시 연다고 해도 어느 기업이 입주하려 들겠는가.

대북특사 파견 여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정치권의 특사 논쟁을 북한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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