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이거 우즈가 문제가 된 드롭을 하고 있다. 그에 앞서 웨지샷으로 생긴 디브트자국은 오른쪽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
물리에 ‘나비 효과’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나비의 날개짓과 같은 초반의 작은 변화(차이)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사태)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11∼14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는 애덤 스콧(호주)을 새 메이저챔피언으로 탄생시킨 채 끝났지만 두고두고 골퍼들의 얘깃거리가 될 듯하다. 2라운드 15번홀(파5)에서 타이거 우즈(미국)가 한 웨지샷이 깃대를 맞고 그린앞 연못속으로 들어가면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 때문이다. 그 일로 인해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우즈는 선두경쟁에 합류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깃대의 저주’라고 말한다.
다시한번 그 상황을 되돌아본다. 우즈가 홀까지 87야드를 남기고 친 60도 웨지샷(서드샷)이 깃대 하단부에 정통으로 맞은 후 바운스돼 그린앞 연못으로 굴러들어갔다. 잘 맞은 샷이 물에 들어갔으니 우즈로서는 억울할만 하겠다.
그 연못은 노랑색 선으로 표시된 워터해저드다. 볼이 워터해저드에 들어가면 1벌타를 받은 후 ①조금 전 쳤던 곳에서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하거나 ②볼이 최후로 해저드 경계선을 지난 지점과 홀을 연결하는 후방 선상으로 거리제한없이 드롭하는 옵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PGA투어에서 로컬룰로 채택하고 있는 ‘드롭 에어리어’에 드롭하는 옵션이 추가된다. 이 에어리어는 해저드 주변에 반경 1∼1.5m의 원으로 표시해둔다. 마스터스에서도 11,12,13,15번홀 그린 주변에 드롭 에어리어를 뒀다. 선수들로서는 추가 옵션 하나가 더 있는 것이다.
우즈는 1벌타를 받은 후 옵션 ①을 택했다. 드롭 에어리어로 가보니 라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즈는 조금 전 웨지샷을 날렸던 곳으로 가서 드롭한 후 다섯번째 샷을 날렸다. 볼은 홀옆 90㎝ 지점에 붙었고 우즈는 그 퍼트를 성공해 보기를 기록했다. 우즈는 스코어카드에 그 홀 스코어를 ‘6’이라고 적어 경기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그 후 한 시청자가 위원회에 “우즈가 원래 쳤던 지점보다 2야드 뒤에서 드롭했다”고 알려왔다. 위원회에서는 그러나 그 정도라면 ‘오소(誤所) 플레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우즈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우즈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쳤던 샷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야드 후방에 드롭하고 쳤다”고 말해버렸다. 이를 안 위원회에서는 현장을 점검하고 우즈에게 사실확인까지 받았다. 위원회는 다시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끝에 우즈에게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부과하기로 했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후이나 위원회의 재량(골프규칙 33-7)으로 실격은 면제했다.
이는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실격을 주었을 규칙 위반이 분명한데도 이 대회에서 네 번이나 우승한 세계랭킹 1위라는 점 때문에 실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우즈는 2벌타만 받은 채 3,4라운드에서 계속 플레이했고 공동 4위를 기록했다.
궁금한 점이 있다. 제보한 시청자는 어떻게 우즈가 원래 샷을 한 지점을 정확히 알았을까. 바로 우즈가 샷을 한 후 낸 디보트자국을 ‘증거’로 삼았다. 우즈가 웨지로 서드샷을 할 당시 손바닥만한 디보트자국이 생겼으나 제대로 보수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 캐디가 주로 디보트자국을 메운다. 우즈의 캐디 조 라카바가 볼을 보느라고 그랬던지 뜯겨나간 디보트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지 않았기에 그 자리가 뻔히 남아있었다. 캐디가 평소대로 디보트자국을 말끔히 보수했더라면 시청자도 원래 쳤던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을 것이고 위원회에 연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캐디의 사소한 잘 못 하나가 세계 골프계에 큰 파장을 몰고온 셈이다. 골프에서는 기본을 강조하고 중시한다. 에티켓도 그렇고 스윙도 그렇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